[김정남 피살]정부 "반인륜 범죄이자 테러" 규정 '북한 고립' 강드라이브

손제민 기자 입력 2017. 2. 20. 22:46 수정 2017. 2. 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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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황교안, 두번째 NSC 주재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이 재확인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고립을 심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이자 테러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무모함과 잔학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북한의 테러 등 도발에 대한 철저한 대비, 한·미 연합방위태세 점검, 국제사회 여론 환기를 위한 적극적 대응 등을 당부했다. 황 권한대행이 김정남 피살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NSC를 소집한 것은 지난 1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번 회의가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규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회의에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일본 등이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주미대사관의 미 의회 로비 등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미 의회에는 이미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더라도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높지 않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가로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달 초 한국 방문 때 한국 방위 공약을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성명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말 이외에는 하지 않았다. 북한도 아직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적이 없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 달 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서로 상대국 정상을 비난하지 않는 미묘한 기간이 이어져 왔다”며 “하지만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되면 북·미 대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외에도 정부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문제 삼는 등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는 북한을 유엔 회원국에 계속 남겨둘 것이냐는 견해를 개진했다. 또 다음달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 채택을 계기로 북한 인권 문제의 책임자인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인권단체의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황 권한대행은 또 3~4월에 “역대 수준으로 강화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공언했다.

정부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북한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조기 대선 국면 등 국내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으론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가 기존 강경한 대북정책을 뒤집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외교전을 벌일 뜻도 엿보인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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