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공약]①문재인 "보육·요양·의료 등 정부 주도 직접고용".."한번 늘리면 비용 눈덩이"

김상범 기자 2017. 2. 20. 22: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공공부문 일자리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기업이 만든다는 말은 반만 맞는 말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4차 포럼’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개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 고용주”라고 밝혔다. “공무원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오고, “더 이상 대기업에만 고용을 맡겨둘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고용 창출을 정부와 공공부문이 주도하겠다는 문 전 대표의 정책을 놓고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의 갑론을박이 커지고 있다.

■“공공·사회 서비스 일자리 확대”

공공부문은 국가 공무원이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와 사회복지·보건의료 등 사회 서비스를 망라하는 의미다. 문 전 대표 공약은 한국 공공부문의 낮은 질과 규모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당위론, 그리고 이를 통해 청년실업과 노동 양극화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실용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 공공부문 일자리는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 21.3%의 절반도 안되는 7.6%에 불과하다. 문 전 대표 쪽에서는 구체적으로 법정기준보다 1만7000여명 부족한 소방 공무원을 신규 채용하고, 사회복지 공무원을 25만명 늘리겠다고 했다. 연간 1만6700명을 선발하는 의무경찰을 폐지하고 그만큼 정규 경찰을 신규 채용하겠다고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자리”라고 했다.

■ 관건은 일자리의 질과 지속성

정부 주도로 만든 일자리는 줄곧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렸다. 나랏돈을 쓰는 일자리 대책이 정권 의지와 지원이 끊기는 순간 흐지부지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청년인턴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의 ‘청년고용 대책 성과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1~2013년 인턴 수료자 7만5000명 중 91%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나 정부 지원금이 중단된 뒤 고용유지율은 1년 반 뒤 37%까지 떨어졌다. 지원금이 끊기면 청년인턴을 거쳐 정규직이 된 청년 10명 중 6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는 뜻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소방·치안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자칫하면 조직의 비대화·경직화 같은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례로 소방방재청은 세월호 참사 직후 신설된 국민안전처 산하 중앙소방본부로 흡수됐다. 하지만 안전처 행정직 중심으로만 부처가 비대해지고, 현장에서는 인력 증원 없이 업무만 늘어났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공무원 신규 채용 대신 효율적인 조직 개편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규 인력을 뽑더라도) 정확한 직무 분석과 매뉴얼을 제시해 조직 내 가장 노른자위 부서가 인력을 독점하는 관행을 막고 현장 우선으로 배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조직 모니터링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 정책본부장인 홍종학 전 의원은 “지난 10년간 고용 창출을 민간에 맡겼고, 외국인투자촉진법 같은 투자활성화 법안도 도입했지만, 정작 인턴·기간제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나 노동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며 “고용창조금 같은 인센티브제와 4차 산업혁명 인프라 구축 등의 민간투자도 병행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공공부문 확대와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 창출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직고용이 답” VS “혈세 눈덩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재원 문제와 맞닥뜨려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22조원으로 연봉 2200만원짜리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며 “공무원 일자리 17만개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기존 비정규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추가 재원이 더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는 보육·장기요양 등 사회·의료 서비스 부문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자회사 형태의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 현재 민간 어린이집 직원은 32만명,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는 29만명 수준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도 공공기관 청소·경비 업무는 대부분 아웃소싱 형태이며 정부 자금이 들어가고 있다”며 “기왕 들어갈 돈을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중간 마진 없이 직고용으로 전환한다면 고용 안정화로 일자리의 질도 높이고 공공 서비스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고용을 실천해 ‘선량한 사용자’로서의 모범을 보이면 그 파급력이 민간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며, 소득 증대과 내수 진작 등 부대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단순 인건비 외에 4대보험에 들어가는 사용자 부담금·연금 혜택 등을 포함하면 그 비용은 곱절이 될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청년 한 명을 고용하면 적어도 30~40년은 고용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눈덩이처럼 불어날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공공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결국 증세하자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면 정부 세금 떨어지면 일자리가 없어진다.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가 아니다”라며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정책으로는 우리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봐왔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