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쉐보레 올 뉴 크루즈, 고객 충성도를 시험하는 차

한상기 2017. 2. 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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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올 뉴 크루즈는 훌륭한 운동 성능을 보유했다. 빠른 가속과 회전 성능을 갖췄으며, 제동력도 좋다. 운동 성능이야말로 올 뉴 크루즈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해야겠다. 1.4 터보 엔진의 성능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높은 가격이 장점을 크게 희석시킨다. 운동 성능을 빼면 경쟁 모델보다 나은 점이 딱히 없다. 무엇보다도 그 성능이 높은 가격만큼 좋은 게 아니다. 진정한 쉐보레 마니아가 아니라면 구입하기 쉽지 않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가 9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 됐다. 대중 브랜드의 볼륨 모델인 것을 감안하면 신차 투입이 많이 늦었다. 크루즈는 2009년에 데뷔한 글로벌 모델이고, 주력은 미국과 중국이다. 그리고 크루즈라는 이름 자체는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GM과 스즈키가 친했던 시절 서브컴팩트 급 해치백을 내놨는데, 그 차의 이름이 크루즈였다. 참고로 이 크루즈는 스즈키 이그니스 베이스로 개발됐고, 일본에 우선적으로 출시됐었다.

GM의 크루즈는 2009년에 데뷔했다. 기본 보디 타입은 세단이고, 2011년에는 해치백, 2012년에는 스테이션 왜건 버전도 나왔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홀덴 브랜드로도 팔렸다. 2세대의 글로벌 모델은 작년에 선보였고,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플랫폼도 오펠 아스트라와 같은 D2XX로 갈아탔다.

D2XX는 2012년에 선보인 글로벌 플랫폼이다. GM은 D2XX 개발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쉐보레와 오펠을 비롯한 산하의 주요 브랜드가 돌려쓴다. D2XX 플랫폼에서 나오는 주요 모델은 크루즈와 볼트, 뷰익 엔비전, 쉐보레 에퀴녹스 등이다. 그리고 말리부가 사용하는 E2XX와 같은 컨셉트를 갖고 있다. 기존에 비해 무게는 줄이고 강성은 높였다. 올 뉴 크루즈는 구형 대비 무게는 110kg, 강성은 27%가 좋아졌다.

올 뉴 크루즈의 얼굴은 상당히 잘 빠졌다. 누가 봐도 쉐보레임을 알 수 있는 패밀리룩에 새 차에 맞는 신선함도 갖췄다. 전면 디자인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동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헤드램프는 옵션으로도 HID를 선택할 수 없다. 같은 급이라고 할 수 있는 i30이 LED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사양이다.
전면과 달리 시선을 측면으로 돌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현대에서 자주 보던 라인이 크루즈에서 보인다. 거기다 리어도 마찬가지다. MD와 HD의 디자인이 오버랩 된다. 그러니까 전면은 전형적인 쉐보레인데, 측면과 리어는 한 세대 전의 아반떼가 보이니까 상당히 어색하다. 균형이 안 맞는다. 그리고 전면과 달리 뒤에서 보면 실제보다 차가 작아 보인다.
신형 크루즈가 말리부와 비슷한 게 또 있다. 바로 차체 사이즈다. 말리부처럼 동급에서 가장 긴 전장을 자랑한다. 올 뉴 크루즈(4,665×1,805×1,465mm, 2,700mm)의 전장은 아반떼(4,570×1,800×1,440mm, 2,700mm)보다 훨씬 길다. 반면 전폭은 큰 차이가 없고 휠베이스는 같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리머시 MXM4, 사이즈는 225/40R/18이다. 차급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OE 타이어인데, 가격을 보면 이즘은 돼야 하지 않나 싶다. 크루즈는 18인치 휠도 어딘지 현대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실내는 말리부나 부분 변경된 트랙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특히 대시보드에 적용된 가죽 트림이 비슷하다. 고급을 지향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다. 거기다 이 가죽 트림의 마감이 약간 떨어지는 면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실내의 조립 품질은 말리부보다 좋아 보인다.

센터페시아는 고광택 트림을 많이 사용했고, 화려한 디자인이다. 센터페시아 자체의 디자인은 아반떼보다 좋아 보인다. 특히 모니터의 화질이 좋고 낮에도 반사가 적다. 모니터 내 폰트도 큼직큼직하다. 반면 주요 다이얼은 유격이 있어서 이런 부분에서는 품질감이 덜어진다.

기어 레버 앞에는 유용한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이 수납 공간은 여러 가지 물건을 보관하기가 좋고 눈에도 잘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2개의 USB 단자와 12V도 마련돼 있다. 쉐보레 차들의 실내에 적용된 USB 단자는 치장을 좀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경차인 모닝만 해도 USB 단자에 빨간 조명이 들어간다.

기어 레버는 통상적인 디자인이다. 옆으로 젖히면 수동 모드이고, 요즘 신차들이 많이 사용하는 주행 모드는 없다. 기어 레버 주위에 마련된 2개의 컵홀더는 날개가 없는 게 아쉬운 점이며, 말리부에서 봤던 무선 충전 장치도 마련돼 있다. 도어 트림은 용량이 크지만 폭이 좁아서 물건을 넣고 뺄 때는 다소 불편하다.

계기판 역시 전형적인 쉐보레 디자인이다. 액정은 괜찮은데 타코미터와 속도계의 디자인이 너무 평범하다. 기본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쉐보레 차와 주요 메뉴는 같다. 타이머와 배터리 전압, 엔진 오일 수명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긴 휠베이스에 맞게 2열의 무릎 공간은 괜찮다. 성인 남자가 앉으면 무릎과 앞시트에 주먹 2개가 들어가는데 아반떼보다 근소하게 넓다. 반면 전고가 낮은 아반떼보다 2열의 머리 위 공간은 부족하다. 2열 시트의 쿠션은 탱탱한 편이고, 암레스트에 마련된 컵홀더 플라스틱의 질감은 꽤 좋다. 2열은 열선 시트는 물론 송풍구도 없다.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은 새로 개발된 1.4 터보와 6단 자동변속기로 조합된다. 트랙스에 적용된 1.4 터보는 140마력이지만 올 뉴 크루즈는 153마력 버전이 올라간다. 24.5kg.m의 최대 토크는 2,400~3,600 rpm 사이에서 나온다. 참고로 엔진의 성능은 상당히 괜찮다.

올 뉴 크루즈의 공회전 정숙성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엔진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한 번 걸러져서 들어온다. 말리부처럼 공회전 정숙성은 동급에서 가장 좋지 않나 싶다. 이와 함께 정차 시 P-R-N-D를 오갈 때도 변속 충격은 최소화 돼 있다. 이런 부분은 세심하게 세팅을 한 것 같다.

올 뉴 크루즈 역시 예전에 비하면 변속기가 많이 좋아졌고, 특히 변속 충격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탁월한 엔진 대비 변속기의 성능은 처진다. 잦은 변속 구간에서 운전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게 늦고, 수동 모드에서의 반응도 늦다. D 모드에서는 간헐적으로 튀는 현상도 발생한다.

정숙성은 정차 시와 달릴 때가 많이 다르다. 주행 중에도 엔진의 조용함은 유지되지만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많다. 그러니까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이 크기 때문에 전체적인 정숙성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엔진에 비해 하체의 방음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

153마력 버전의 1.4 터보는 성능이 상당히 괜찮다. 말리부의 1.5 터보가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은 조금 부족해도 꾸준히 속도가 붙는 타입이었다면 크루즈의 1.4 터보는 양쪽 모두를 만족한다. 킥다운 하면 중저속 토크도 좋지만 고회전까지 일정하게 힘이 나온다. 따라서 가속력이 탁월하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50, 80, 120, 155km/h이고, 5단으로 5,500 rpm에 이르면 210km/h이다. 회전수의 여지나 힘을 볼 때 더 올라갈 여지가 있고, 실제로 시승 중에는 219km/h까지 가속됐다. 같은 배기량의 i30 1.4 터보와 비교 시 0→200km/h 가속이 10초 이상 빠르다. i30 1.4 터보만 해도 2.0 자연흡기 이상의 가속력인데, 크루즈 1.4의 성능은 이를 상회한다. 예상 범위 이상의 가속력이다.

말리부 1.5 터보처럼 크루즈의 1.4 터보도 회전수를 높이 쓰는 편은 아니다. 급가속 기준으로 5,500 rpm이면 자동으로 업 시프트 된다. 터보 엔진인 것을 감안해도 회전수가 낮다. 엔진의 고회전 질감은 괜찮고, 음색도 나쁘지 않다.

올 뉴 크루즈는 정속 주행 연비도 좋다. 90km/h로 정속 주행하면 리터당 순간 연비가 보통 21~24km, 110km/h에서는 리터당 19~20km가 찍힌다. 최근 시승했던 같은 배기량의 i30 1.4T보다 동일 조건에서의 순간 연비가 좋다. 따라서 올 뉴 크루즈는 탁월한 동력 성능과 함께 좋은 순간 연비도 갖췄다고 하겠다.

하체는 탄탄하게 조였다. 안락함보다는 운동 성능에 초점이 맞춰진 세팅이다. 하체가 부드러워진 올 뉴 말리부에 실망했던 쉐보레 마니아라면 환영할 만하다. 하체는 상하의 움직임도 좋고, 좌우의 빠른 움직임에서도 흔들림이 적다. 그러니까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하체가 제대로 받쳐준다. 코너에서는 날래게 움직인다기보다는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느낌이다. 전자장비의 개입도 깔끔하다. 빠른 회전 성능에 비해 조향의 재미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승차감이 딱히 좋은 편은 아니라서 오래 운전하면 피곤하다는 단점도 있다.
올 뉴 크루즈는 고속 안정성도 좋다. 차체의 흔들림이 적고 보디 롤이 잘 억제가 돼 있다. 운전대로 전해지는 안정감도 좋다. 많은 GM의 차들처럼 시내보다는 고속도로 또는 높은 속도에서 항속 할 때 좀 더 편하고 주행 질감도 좋다. 말리부처럼 차선유지장치도 적용됐는데, 크게 효용성은 없다. 차선 가운데로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정도면 통행량이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는 사용하기가 힘들다. 참고로 브레이크 성능 역시 훌륭한 수준이다.

올 뉴 크루즈의 가격 정책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이래서는 아반떼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시작 가격 자체가 아반떼보다 400만원 정도 비싸다. 가격은 아반떼 스포츠와 비교를 해야 하는데 그만큼 빠르거나 편의 장비가 좋지도 않다. 그리고 다수에게 두루 통할만한 상품성이 아니다. 취향을 탈 수 있는 상품성이고, 차가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다. 올 뉴 크루즈는 쉐보레 마니아를 위한 차다.

[디지털뉴스국 한상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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