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소통 부재는 우리 사회의 통과의례"

심혜리 기자 입력 2017. 2. 20. 21:46 수정 2017. 2. 2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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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안가족 이야기 ‘해피빌라’ 낸 소설가 조창인씨

장편소설 <해피빌라>를 출간한 소설가 조창인씨가 지난 13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서성일기자 centing@kyunghyang.com

<가시고기>의 작가 조창인씨(58)가 대안가족을 다룬 소설 <해피빌라>(위즈덤경향)를 안고 돌아왔다.

밀리언셀러 소설 <가시고기>는 <동화로 읽는 가시고기> <만화로 보는 가시고기> <조창인의 가시고기 사랑수첩> 등 여러 버전을 낳으며 2000년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가는 후에도 아버지·어머니의 존재와 사랑을 다룬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번엔 도심 속 빈민촌에 위치한 해피빌라에 사는 이웃들이 가족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13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조 작가를 만나 작품과 최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는 이웃 간의 ‘소통’을 주제로 한 <해피빌라>를 쓰면서 최근 국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한국의 정치가 파탄에 빠진 것은 개인의 몰상식과 부덕도 있지만, 근원적으로 보면 소통의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가 통과했어야 할 혼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에선 소통을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반성도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는 부모의 존재와 그들의 헌신을 얘기하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숭고한 사랑을 주제로 했고, <등대지기>는 치매 어머니의 삶을 얘기한다. <길>은 부모를 찾아가는 소년의 여정을 다뤘으며 <살아만 있어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간절한 아버지의 마음을 담았다. 이번 작품도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어느 순간부터 제 글은 패턴이 다 똑같은 것 같더라고요. 주인공 이름만 바뀐 것 같고, 내용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원인을 분석해보니 혼자만의 ‘동굴’ 속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 집필을 하면 친구나 가족도 만나지 않고 혼자 골몰했다. 작년부터, 더 이상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인들의 조언을 듣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작가에게 하고, 작가는 이들에게 문장 지도와 책 쓰는 법을 알려준다. 소설뿐 아니라 고스트라이팅(대필)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온 작가는 이들에게 맞춤 컨설팅을 해준다.

“출판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인쇄 매체를 통해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람들은 모두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어요.” 그런데 이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내가 그들에게 알려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도 그들로부터 배웁니다. 사실 제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제 글을 쓰기 위해서, 저도 동력을 얻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다음 작품부터는 부모님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 아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쓸 계획이다.

“제 틀을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쓰고 있는 소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리게 될 것 같아요.”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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