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포, JTBC에 3000억 소송" 추적해보니..'가짜뉴스'

이호진 2017. 2. 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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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제기했다는 지미 리는 사기 전과자
미 법원 어디서도 소장 접수된 곳 없어

[앵커]

'미국 교포들이 JTBC를 상대로 60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달 초 한 블로그에서 퍼지기 시작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극우성향 커뮤니티와 친박단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더니 주말 친박단체 집회에서 정치인들도 이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단골 메뉴가 된 것이죠. 소송 규모도 처음 60억원에서 120억, 1000억 그리고 최근에는 무려 3000억원으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기사는 '가짜뉴스'였습니다.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자칭 미국 교포는 지난 7년 동안 국내에서 여러 차례 사기 행각으로 실형을 받았던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소송을 접수했다고 밝힌 미국 법원에서도 JTBC와 관련돼 접수된 고소장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누가봐도 황당한 이 가짜뉴스가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시켰을까요.

자신들이 믿고 싶은 내용은 검증없이 무조건 퍼트리고 보는 가짜뉴스 유통의 실태, 먼저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6일 저녁,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입니다.

한 남성이 태극기를 든 사람들에 둘러싸여 삭발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재미교포 '지미 리'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지난 6일 미국 버지니아 연방법원에 JTBC를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미 리 : 버지니아 연방법원에서 2월 6일 날짜로 받아줬습니다. 그 얘기는 다른 주에서도 받아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구체적인 소송 규모도 언급합니다.

[지미 리 : 이번 주말까지 조성된 목표가 1500억 정도 되고요. 그 다음에 3월 1일까지 최선을 다해서 3001억을 만들 겁니다.]

지미 리의 소송이 알려진 건 지난 1일, 한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입니다.

지난달 31일 8시 5분경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관제 데모 의혹 기사에서 자신을 포함한 재미교포 8명이 등장했다며 JTBC가 미합중국 국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 버지니아연방법원에는 접수된 고소장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김병수/미국 뉴욕주 변호사(15일 인터뷰) : 미국 연방 법원에 전자 법원 시스템에서 조회한 바로는 (미국 버지니아 조지아 기타 주 등에) 소장은 오늘 현재로서는 찾지 못하였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지미 리는 한국 이름 이모 씨로 최소 수 년 간은 한국에서 활동해왔습니다.

[이모 씨/이 씨 부친 (20일 인터뷰) : (이00씨라는 아드님 계시죠) 예. (이 분 맞으시죠? 최근에 머리 깎고…) 아 모르겠어요. 예. 맞아요. (국내에 계시긴 계신 거죠?) 아 그렇죠. 그렇죠. 근데 연결이 안 되니까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

국내에 머물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기죄로 4차례에 걸쳐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범행 수법도 비슷했습니다.

주로 미군 장교나 정치인을 사칭해 활동비와 술값 등으로 돈을 가로챘습니다.

소송 뿐만 아니라, 정치적 활동 의혹도 제기됩니다.

친박단체 집회에 참가해왔다면서도, 소송설이 불거지기 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는 바른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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