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의 박 대통령 측 생떼 차단, 이젠 조기 탄핵만 남았다

입력 2017. 2. 2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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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늦추기 위해 온갖 꼼수와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헌재는 3월13일 이전 선고 방침을 재확인했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판단이다. 헌재는 어제 열린 15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요구한 고영태씨 녹취파일 증거 채택 등을 거부하고,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 여부를 22일 전까지 확정하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재판관이나 국회 소추위원 측이 신문할 수 있고, 박 대통령 출석도 헌재가 정한 날짜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어떤 관계인가가 핵심인데 고씨 녹취파일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녹취파일에는 오히려 박 대통령이 무능했고 최씨의 국정농단이 비일비재했다는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그런데도 이를 증거로 채택해 법정에서 공개하려고 하는 이유는 시간을 끌고 논점을 흐리겠다는 것 외에는 없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도 오는 24일로 정해진 최종변론 일정을 미뤄 선고를 늦추겠다는 불순한 의도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겠다면 말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재판관들이나 국회 소추위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49조는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유불리를 떠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최종변론을 3월로 연기해 달라는 등 생떼를 썼다. 자진해서 받겠다고 했던 특검 조사도 응하지 않았다. 국정 공백 장기화로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린 지 오래다. 오로지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후로 선고 시점을 늦춤으로써 ‘재판관 7인 체제’를 핑계 삼아 헌재를 무력화할 궁리만 하고 있다. 법정에서 태극기를 흔들어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을 드러낸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선고 전에 ‘전원 사퇴’ 같은 꼼수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헌재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변론은 총 7회에 불과했지만 어제까지 15차례 변론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이 신청한 증인도 대부분 받아줬다. 헌재는 선고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겨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정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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