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아파트.. 건설업계 '입주 비상'

장상진 기자 2017. 2. 20. 19: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 양주신도시 옥정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아파트. 20일 오전 단지 곳곳에서 사다리차가 이삿짐을 실어 올리고 있었다. 단지 입구에서는 15인승 버스 한 대가 입주민을 태우고 있었다. 단지와 인근 마트와 지하철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다. 당초 이 버스는 입주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3월부터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말 조기 도입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양주신도시는 지난달 말 입주에 들어간 이 단지를 시작으로 향후 수년간 5만8000가구의 입주가 이어진다.

지난 2~3년간의 주택 시장 호황기에 대규모로 분양한 아파트들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건설업계가 ‘입주 촉진’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입주 지원 부서를 강화하고, 입주민들에게는 1년 뒤 집먼지 진드기 제거나 욕실·주방 클리닝 서비스 등을 약속하고 있다. 전세를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인 회사도 있다.

◇“2년간의 대규모 입주 행렬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부터 5월까지 석 달간 전국에서 아파트 6만6442가구가 입주한다고 20일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5만5000가구)보다 20.6% 늘어났다. 서울(7204가구)을 포함한 수도권이 1만7638가구이고, 지방이 4만8804가구다. 전문가들은 “2017~2018년에 벌어질 대규모 입주 행렬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6만9759가구다. 2008년 이후 최대치다. 2012년(17만9045가구)의 배가 넘는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3%가 더 많은 42만 가구가 입주한다.

올해 입주 아파트는 수도권에 가장 많이 몰렸다. 경기도에만 12만1966가구가 입주한다. 그 결과 용인·김포·평택 등에서는 올 초부터 300만~2000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입주 촉진 서비스 확대

건설업계는 입주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옥정 센트럴파크에 셔틀버스와 별도로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업체와 협약을 맺고, 승용차 3대를 입주민 공용(公用)으로 도입했다. 이 회사는 단지별로 입주 6개월 전(前)에 입주 리스크를 확인하고, 3개월 전부터는 ‘입주 촉진 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GS건설은 입주 서비스 전담팀을 당초 서울·부산 두 곳 외에 김포 풍무와 화성 동탄에 추가로 배치해 입주민의 각종 불편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했다. 입주 1년째에는 집먼지 진드기 제거 서비스와 욕실, 주방 클리닝 서비스도 무료로 해준다. 대림산업은 주택 마케팅 담당 임원을 고객센터로 배치하고 입주 대응 전략을 짜는 중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입주자가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건설사가 중개업소를 통해 도와주는 방법 등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입주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

◇”외환위기 때와 달라, 입주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 듯”

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엔 대규모 ‘입주 포기 사태’가 벌어지면서, 잔금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신동아건설과 월드건설 등 상당수 중소·중견 건설사가 이때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입주 리스크는 단순히 신규 입주 물량 집중에 따른 것으로, 대규모 실직 등의 경제위기가 벌어졌던 1997년이나 2008년과는 다르다”면서도 “입주자들이 집값 하락에 대한 불만을 시공 부실 소송이나 집단 시위 등의 방식으로 표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