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업계 최초 구조조정 칼날 꺼냈다

2017. 2. 2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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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면세점 적자폭 확대가 주원인...업계 구조조정 바람 확산 되나

(사진) 한화 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결국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들었다. /갤러리아

[한경비즈니스 = 김정우 기자] 한화갤러리아가 결국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들었다. 면세점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이번 한화갤러리아의 구조조정은 면세점 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면세 사업자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한화갤러리아를 시작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업계 전체로 확산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화갤러리아는 2월 초부터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희망퇴직에 따라 최근 약 10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봉삭감도 결정했다. 과장급 이상부터 기존연봉의 약 5% 정도를 삭감키로 했다. 줄어든 연봉은 이번 달(2월) 급여부터 반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전 직원을 상대로 회사 설명회를 열고 동의서를 받아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자진 반납 형태"라며 “회사가 정상화 되면 반납한 상여금 전액을 돌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화갤러리아 측은 “희망퇴직의 경우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접수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봉 자진 반납에 과장급까지 포함됨에 따라 ‘사실상의 삭감’이 아니냐는 시각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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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과장급 이상 연봉도 5% 삭감

유통업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주된 원인으로 면세점 사업의 부진을 꼽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2015년 12월부터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아직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2016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460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4024억원)에 비해 577억원 늘어낫다.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기 전인 2015년, 한화갤러리아는 3분기까지 약 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적자 11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의 배경은 면세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부진에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모회사다. 이 때문에 매 분기 실적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실적까지 더해져 계산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2016년 매출액은 2848억원으로 전년 1689억원 대비 6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전년 156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이 187억원을 기록했다. 기대를 모았던 신규주력 사업인 면세점 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 사업 부진에 사업주체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물론 모회사인 한화갤러리아 신용도까지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화갤러리아 모두 순차입금이 증가한 가운데 영업현금흐름이 저하됨에 따라 신용 등급 유지를 위한 기준에 미달한다고 밝혔다.

면세점 사업의 고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17년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10곳이 운영 중이다. 향후 문을 열 면세점까지 합치면 올해 총 13곳이 들어서게 된다. 시장은 정체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면세점 수는 기존(2015년 초 6개) 대비 2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무기로 내세우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수립한 계획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홈쇼핑과 오픈마켓 등 유통채널의 성장세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 등이 가장 큰 실적 악화의 요인이다.

특히 사드배치 등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면세점 사업의 부진에 직격탄이 됐다.

◆업계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수수료 20배 늘리려 해

이런 가운데 갤러리아가 면세점 업계 최초로 구조조정 칼날을 꺼내들면서, 이번 파장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갤러리아를 비롯해 최근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신세계DF와 두산, 현대백화점 등이 유력한 구조조정 후보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말 면세점 티켓 막차를 탄 현대백화점의 경우 갤러리아와 닮은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액이 약 1조8318억원으로 전년대비 9.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5.6% 증가한 383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4분기 매출액(4897억원)이 1년 전보다 1.2% 줄었고, 영업이익(1210억원)도 7.2% 줄어든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올해 면세점 신규사업에 따른 판관비 지출 등을 감안하면 매출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면세점 경쟁심화로 현대백화점이 올해 영업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는 등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예상했다.

기존 사업자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으로 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화면세점 역시 구조조정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자금난으로 경영권 매각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정책은 가뜩이나 힘든 환경에 직면한 면세점 업계를 더욱 짓누르는 모습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현행 매출액의 0.05%에서 0.1~1%로, 최대 20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면세점들이 부담해야 하는 특허수수료는 지난해 43억원에서 내년엔 394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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