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 '부적합' 의혹] 현대차, 자동차용 아닌 '상업용' 쓰고도 "문제없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2017. 2.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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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JD'에 무슨 일이

현대·기아차는 2014년 8월 JD(유럽 수출용 모델 ‘씨드’) 차량에 장착된 차체제어모듈(BCM·Body Control Module)에서 원인불명 고장이 발생하자 국내에 있던 JD 차량을 활용해 원인규명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장석원 박사(전 호주 대법원 제조결함 전문가 증인)는 BCM에 사용된 반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JD 차량에 장착되는 BCM을 제작하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대동이 만든 생산이력 문서를 보면 대동은 2014년 6월 25일 대만 다이오즈사가 만든 ‘S1G’ 반도체 부품 7200개를 사용해 BCM 1200개를 제작했다. 생산된 BCM은 6월 26∼27일 최종검사를 거쳐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BCM을 슬로바키아 JD 완성차 공장으로 보내 이를 장착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개월 뒤인 8월 JD 차량에는 원인불명 고장이 발생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슬로바키아 공장 JD 차량 BCM 기기 시험 동영상을 보면 잠금장치가 오작동되다가 BCM을 갈아 끼우면 제대로 작동했다. 장 박사팀은 차량 시험 등을 통해 고장 원인은 가전용 반도체 부품을 장착한 BCM 기기오류로 결론내렸다. 다이오즈사가 만든 ‘S1G’ 반도체는 ‘Automotive(자동차용)’가 아닌 ‘Commercial(상업용)’이다. 현대차가 당시 준용했던 전자부품관리 표준인 AEC(미국 자동차전자부품위원회)에도 다이오즈사 제품은 부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된 이유인지 현대차는 “장 박사가 컨설팅 비용을 더 받기 위해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며 이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일 “반도체에는 자동차용과 가전용이 따로 없다”면서 “JD 차량에 맞게 다이오즈사에 맞춤형 주문을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및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전자부품 연구원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가전용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실내에서만 쓰는 가전용 기기와 극저온·극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전자공학협회에 따르면 가전용 반도체는 동작온도가 0∼40도인 반면 차량용은 -40∼155도에서 견뎌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달랐다.

현대차는 또 AEC 규격은 2014년 당시에는 꼭 충족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현대모비스 최모 이사는 국회 모 의원실에서 가진 설명회에서 “2014년 당시 AEC 규격은 현대차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만약 현대차 해명대로라면 2006년 출시 이후 유럽에서 100만대 넘게 팔린 JD 차량 전체에 가전용 반도체가 장착됐다는 논리다. 또 가전용 반도체가 문제없다면 국내에서 출시되는 다른 차량에도 이를 장착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는 현대차 측에 JD 차량에 들어간 다이오즈사 가전용 반도체 수량과 ACE 인증이 언제부터 의무화됐는지 질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현대·기아차 제품 결함 원인 규명은 국민안전과 대외 신인도를 위해 시급하다”면서 “국토교통부에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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