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파주] 윤덕여호는 북한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정재은 2017. 2. 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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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

“저는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꼭.”

여자 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정미가 힘주어 말했다. 그녀가 만나고 싶어하는 상대는 북한이다. 2017 키프러스컵에서 나란히 조 1위에 올라 결승을 다투고 그들의 전력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다.

20일 오후, 2017 키프러스컵을 앞두고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 여자 국가대표팀 23인이 소집됐다. 한국에 이번 키프러스컵은 조금 특별하다. 오는 4월 7일 아시안컵 최종예선에서 북한을 만나는데, 그 전에 그들을 미리 만날 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키프러스컵, 북한과 만남 가능성은?

북한의 키프러스컵 출전은 처음이다. 아시안컵 최종예선을 의식한 출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로 여섯 번째 키프러스컵에 참가하는 한국은 여느 때보다 긴장했다. 그들과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현재 A조, 한국은 B조에 있다. 북한과 나란히 1위(1/2위 결정전)를 하거나 3위(7/8위 결정전)에 올라야 만날 수 있다. 북한이 1위에 오를 확률은 높다. 2016년 12월 기준, 북한의 FIFA 랭킹은 10위다. 함께 A조에 있는 벨기에(25위), 이탈리아(16위), 스위스(17위)보다 눈에 띄게 높다. 윤덕여 감독은 “북한은 1위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18위)은 1위를 확신하기 힘들다. 함께 B조에 속한 오스트리아(24위), 뉴질랜드(19위), 스코틀랜드(21위)와 전력 차가 크지 않다. 또, 키프러스컵은 팀의 전력에 따라 조가 나뉜다. A, B, C조인데 A로 갈수록 레벨이 높다. 2011년부터 키프러스컵에 참가한 한국은 4년 내내 C조 1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5년부턴 B조에 합류했다. 당시의 성적은 3전 3패. 처참했다. 1위 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기다린다

현실은 밝지 않지만, 윤덕여호의 마음은 다르다. 기필코 1위에 올라 북한과 만나겠다는 다짐이다. 김정미, 조소현, 심서연 등 베테랑 선수를 소집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예선을 치르기 전 전력 다지기가 아닌, 성적을 반드시 내겠다는 윤덕여 감독의 의지가 포함됐다.

조소현은 지난 북한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한 번 졌고, 그다음에는 비겼다. 이번에는 이길 차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키프러스컵)결승전에 올라가 북한을 만나보면 재밌을 것 같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김정미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키프러스컵은) 최종 연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지더라도 일단 부딪혀보는 게 중요하다. 혹시라도 우리가 진다면 더 이를 악물 수 있다. (지든 이기든)어떤 쪽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북한과 뛰고 싶다.”

# 북한전은 악재?

키프러스 컵의 ‘의미’가 바뀌었다. 어린 선수들을 점검하고, 전력을 다지는 데 주력했던 대회가 실전이 됐다. 4월 아시안컵 최종예선에서 느낄 부담감을 3월부터 느끼고 있다. 김정미는 “월드컵 티켓이 5장으로 늘어가며 월드컵 예선은 좀 부드럽게 올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런 난관에 부딪히며 정말 (월드컵이)쉬운 곳이 아니란 걸 느꼈다.”

그렇다면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게 여자대표팀에 악재인 걸까? 김정미는 덕분에 선수단의 기강이 확실히 잡혔다고 말했다. “피지컬적으로, 전술적으로 (앞선)북한 선수들을 우리가 잡으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소현은 “이제는 이길 때가 됐다. 오히려 잘됐다”며 웃었다. 자신감도 있었다. “북한 선수들이 오히려 주눅이 더 많이 들 것 같다. 월드컵과 예선은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월드컵을 경험한 우리가 더 나을 거로 생각한다.”

윤덕여호의 키프러스컵 시나리오는 98% 완성됐다. 조 1위에 올라 북한과 만나 그들의 전력을 확인한다. 기왕이면 승리해 그 분위기를 아시안컵 최종예선까지 끌고 간다. 과제도 있다. 심리적인 압박감이다. ‘평양’에서 치르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윤덕여 감독은 “경기 외적으로 그런 문제가 있다. 선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게끔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윤덕여호는 키프러스컵이 열리는 2월 27일부터 3월 9일까지 경기력, 성적과 더불어 심리적인 부분도 다져나갈 예정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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