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해임된 문명고 교사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

정지훈 기자 2017. 2. 20. 14: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교사들을 대신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제자들과 학부모들을 지켜본 경북 경산시 문명고 최재영 교사는 기자와 인터뷰 도중 끝내 흐느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에서는 20일 학생과 학부모 등 120여명이 찬 겨울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일 오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학교측은 예비 고3학년들에게 21일까지 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2017.2.20/뉴스1 © News1 정지훈 기자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정말 너무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교사들이 막아야 하는데…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원망하지 않아 더 미안하고 송구합니다"

교사들을 대신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제자들과 학부모들을 지켜본 경북 경산시 문명고 최재영 교사는 기자와 인터뷰 도중 끝내 흐느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에서는 20일 학생과 학부모 등 120여명이 찬 겨울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운동장 한쪽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최 교사는 "이 사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고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 학교 현장을 더 혼란에 빠뜨리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교사는 지난 17일 처음으로 제자들이 운동장에 모여 집회를 열었을 때 등장한 태극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 집회에 태극기를 든 어른들이 찾아와 항의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 학교에서 창의체험부장 교사로 활동한 최 교사는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보직해임됐다.

그는 "교사들의 보직해임 보다 왜 국정교과서를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가 강행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교연구가 아니라 연구학교 1곳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본래 연구학교 지정 취지에 맞지 않고 전국의 역사교사들이 연구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당연히 연구학교 지정 사업을 폐지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20일 오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학교측은 예비 고3학년들에게 21일까지 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2017.2.20/뉴스1 © News1 정지훈 기자

최 교사와의 인터뷰 동안 학교 운동장에서는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이사장과 교장은 사과하라", "보직해임 취소하고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학생들은 학교와 재단 측에 "보직해임된 선생님을 당장 복직시키고, 더 이상 다른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예비 고3인 정연상(18)군은 연단에 올라 "지난 1주일간 함께 마음 고생하고 분노한 학부모님들과 졸업생 선배들, 친구들과 앞으로 문명고에 진학할 모든 후배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던 여러 교사들이 직위에서 해임당하고 다른 교사들로 교체됐다"며 "문명고가 그렇게 자랑했던 '왕따없는 학교', '학교폭력없는 학교'에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사를 해임한 것은 정신적인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학부모 박모씨(47·여)는 "인터넷을 통해 학교의 연구학교 신청을 알게 됐다. 담임교사 교체 소식에 너무 놀랐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씨는 "우리들은 정치적인 의도나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아 이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바로된 역사를 배우기를 원할 뿐"이라며 "옳지 않은 교과서 (연구신청)을 철회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20일 오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학교측은 예비 고3학년들에게 21일까지 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2017.2.20/뉴스1 © News1 정지훈 기자

daegurain@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