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회장, '검투사' 황영기 회장에게 칼 빼들다

이학렬 기자 입력 2017. 2. 20. 14:42 수정 2017. 2. 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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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에 "운동장이 다르다".."은행 비효율성 낮다 지적 적절하지 않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에 "운동장이 다르다"…"은행 비효율성 낮다 지적 적절하지 않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하영구 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은행연합회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검투사'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작심하고 칼을 빼들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황 회장의 도발에 하 회장은 "운동장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하 회장은 금융권의 '맏형' 은행권을 대표하면서 다른 업권의 도발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 회장은 20일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황 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언급 관련해 "우리나라는 은행, 증권, 보험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놀아라는 '전업주의'를 택하고 있다"며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운동장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황 회장이 올해 중점사항으로 밝힌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에 대한 반박이다. 황 회장은 지난 6일 올해 중점과제로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을 비롯해 국내외 불균형 규제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증권사가 법인지급결제를 하겠다는 것은 농구장에서 농구하는 사람이 축구도 해야겠다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손도 쓰고 발도 쓰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종합운동장, 즉 겸업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며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하 회장은 증권사가 법인지급결제를 계속 요구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에 가입한 나라가 없다"며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하면 은행업 리스크를 떠안게 되고 은산분리 원칙도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금융투자협회가 지적한 은행산업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은행의 수익성과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하며 "타 업권에 대해 영역을 침해할 것이 아니라 먼저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 회장은 "지난 5년(2011~2015년)간 평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은행이 4.7%이고 증권사가 3.5%"라며 "(증권업권이) 은행의 수익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익경비율(총이익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은행이 5년 평균 51%이고 증권사는 79%"라며 은행 효율성이 증권사에 비해 나쁘지 않음을 주장했다.

하 회장은 증권사들이 반대하는 불특정금전신탁 부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 회장이 공식 자리에서 불특정금전신탁 부활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특정금전신탁은 어디에 투자할지 미리 특정하지 않고 신탁회사가 돈을 맡아 알아서 투자하는 상품으로 2004년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됐다. 하 회장은 "초대형 IB에 불특정금전신탁과 같은 상품인 IMA(종합투자계좌)를 허용하면서 은행권에 (불특정금전신탁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이 지점도 많고 영업력이 높기 때문에 펀드와 비슷한 불특정금전신탁을 허용하면 경쟁하기 힘들다'라는 증권사 주장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점과 인력을 구조조정한 것을 정책당국한테 책임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황 회장은 법인지급결제 허용과 신탁업 제도 개선 등을 두고 적극적으로 은행을 공격했다. 황 회장은 "은행권 독점으로 증권업계가 (법인결제) 시장에 못 들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내놓으면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문제가 불거졌지만 황 회장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은행의 투자일임은 ISA에 한해서만 허용됐다.

황 회장의 공격에 대해 그동안 하 회장은 원칙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일일이 대응하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우려해 싸움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맏형'인 은행권을 대표한 것도 이유다. 지난달 18일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금융연수원, 국제금융센터, 신용정보원 공동 신년간담회에서도 불특정금전신탁 부활을 얘기하는 대신 "특정금전신탁의 설명의무와 판매채널 규제를 완화해달라"고만 했다.

하지만 이날 하 회장은 황 회장의 공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4차혁명시대'에 더 이상 은행만 양보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하 회장은 "지난해 일반은행의 순이익이 6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5년 5조원대보다 많이 증가했으나 대손 관련 비용 감소 2조5000억원을 고려하면 수익의 질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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