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시즌 첫승 장하나 "숨통이 확 트였어요..다음 목표는 메이저"

김영성 기자 2017. 2. 20. 09: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하나 우승 인터뷰]

- "베트남 전지훈련 성과 대만족..작은 스윙으로 힘 쓰는 법 터득"
- "20대 중반 지나는 올해가 중요..메이저 포함 4~5승이 목표"
- "나라가 어지울 때 국민들께 우승 소식으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어요"

'에너자이저' 장하나가 돌아왔습니다. 미국 LPGA투어 호주여자오픈에서 최종라운드 4타 차의 열세를 뒤집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장하나의 목소리는 시상식이 끝나고 숙소인 호텔에 돌아와서도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유쾌하게 들떠 있었습니다.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는 동안 호텔 로비에서 지인들이 건네는 축하 인사에 일일이 답하면서도 그 와중에 기자에게 할 말은 똑부러지게 다 하더군요. 과연 장하나 다웠습니다. 그녀와 일문 일답입니다.

Q. 개막전은 건너뛰고 첫 대회를 호주에서 시작했는데 첫 출전부터 덜컥 우승한 소감은?

"요즘 나라가 많이 어지럽고 시끄러운데 제 우승 소식이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1,2라운드까지는 첫 시합이라 긴장을 많이 해서 우승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3라운드에 3타를 줄이면서 6언더파가 되고 선두와 4타 차인 걸 확인했을 때 뭔가 느낌이 왔어요. 내가 최종라운드에 10언더파로 끝나면 우승도 가능하겠다…그런데 그런 욕심 때문인지 막상 최종라운드가 시작되니 핀 위치도 쉽지 않았고 첫 홀부터 힘이 잔뜩 들어가서 보기를 범했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그냥 마음을 비웠어요. 캐디한테도 '그냥 심플하게 갈거다' 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13번, 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했을 때 숨통이 확 트이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17번 홀에서 15m짜리 긴 이글 퍼트를 넣었을 때보다 저는 14번 홀 버디가 더 짜릿하고 우승에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고 생각해요. 첫 우승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서 얼떨떨하면서도 아주 기분이 좋네요. 며칠 전 제 후원사인 BC카드의 서준희 대표님 생신이었는데, 제가 좋은 선물 드리겠다고 말했거든요. 우승으로 약속을 지키게 돼서 정말 뿌듯하고 기쁩니다. 서 대표님 항상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Q. 매년 미국에서 전지훈련 하다가 이번 겨울에는 베트남으로 갔는데 전지 훈련 성과가 나타난건가?

"네, 이번 전지훈련은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베트남 호치민 남쪽 지역에서 29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정말 칼을 제대로 갈았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서 바람에 대비하는 샷을 많이 연습했는데 이번 대회에 적중했어요. 또 제 나이가 이제 20대 중반을 지나게 되니까 체력 훈련이 중요하더라고요. 
2014년부터 저를 봐주시던 김종필 프로님이 힘을 효과적으로 잘 쓰는 법을 이번에 알려주셨어요. 코어 운동과 하체 운동을 병행하면서 스윙을 크게 하지 않아도 힘은 똑같이 공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샷의 방향성이 아주 좋아졌어요.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드라이버 샷이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4라운드 동안 페어웨이를 놓친 게 딱 세 번 밖에 없을 정도로 똑바로 날아갔고, 아이언 샷도 급하게 치는 게 없어졌어요. 저는 긴장하면 아이언 샷 템포가 빨라져서 왼쪽으로 감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젠 스윙을 작게 하니까 실수도 많이 줄었죠."

Q. 작년 데뷔 시즌에 3승으로 한국인 최다승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몇 승이 목표인가?

"작년에는 제가 한 달 이상 투어를 쉬었기 때문에 21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3승을 했고 올해는 더 많은 대회에 나가서 4승, 5승까지 하는게 목표예요. 저에게는 올해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최고의 성적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 겨울에 체력 훈련도 많이 했으니 체력도 자신있고."

Q. 목표인 5승 중에는 메이저 우승도 염두에 둔 건가?

"솔직히 저는 메이저대회라고 해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메이저 우승도 해보면 좋겠죠. (나비스코챔피언십) 챔피언의 연못에 다른 선수들이 뛰어드는 걸 보면서 나도 저 연못에 시원하게 한 번 빠져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봤어요. 가장 우승해보고 싶은 메이저대회도 바로 나비스코 챔피언십입니다."

Q. 장하나 특유의 화끈한 우승 세리머니는 이제 볼 수 없는건가?

"이번에는 우승 세리머니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어요. 이제 나이도 있고요. 하하...... 앞으로도 너무 인위적인 느낌의 우승 세리머니는 안 할 거예요. 그냥 경기를 하면서 극적인 한 방이 나올 때 그린 위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계속되겠죠. 오늘 14번 홀이나 17번 홀처럼요."

Q.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나?

"다음 대회가 이번 주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타일랜드 LPGA인데 바로 내일 아침 출발해요. 이 대회는 톱10이 목표고요, 그 다음 주 열리는 싱가포르 대회가 저에게는 타이틀 방어전이네요.그런데 올해는 코스가 작년과 달라서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요. 어쨌든 지난해 우승했던 대회니까 타이틀 방어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Q. 국내 팬들과는 언제 만나게 되나?

"올해 한국 대회 출전이 확정된 건 BC카드 대회와 금호타이어 대회 2개입니다. 제가 우승하고 준우승을 했던 대회들이라서 둘 다 애착이 많이 가네요. 기자님, 그 때 대회장에서 뵈어요."

장하나는 작년 이맘 때 LPGA 데뷔 후 첫 우승(코츠챔피언십)을 한 뒤 기자와 인터뷰에서 "KLPGA에서 8승을 했으니 LPGA에서도 통산 8승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작년 데뷔 첫 해 3승을 올렸고 올해는 첫 출전부터 1승을 추가했으니 통산 목표 승수 8승을 채우는 건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 메이저 우승도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세계랭킹도 5위로 한 계단 올라서 4위 전인지에 이어 한국선수 중 두 번째 높은 곳에 자리했습니다. 지금의 상승세를 쭉 이어간다면 '한국의 여자 타이거 우즈'가 되고 싶다던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 질 날도 멀지 않을 듯 합니다. 

김영성 기자yskim@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