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소년범'이라 부르고, 이곳에선 '아들'이라 부른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2017. 2. 20. 06: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상(飛上)한 아이들⑥] 대전 청소년 회복센터에 사는 아이들

지난해 대전CBS는 가정과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가출·비행청소년'이라는 편견 속에 더욱 움츠러들어야 했다. 만약 사회가 편견 대신 관심과 도움을 준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질까? 대전CBS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편견을 딛고 비상(飛上)한 아이들의 사례를 매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방황하던 내 삶에 악기가 말을 걸었다
② 나를 꺼내준 한마디 "넌 원래 그런 애 아니잖아"
③ 국회서 꼭 외치고 싶었다…"우리도 할 수 있다"
④ 세상을 향해 '희망의 슛'을 날리다
⑤ 학교 밖 청소년의 '키다리 아자씨'
⑥ 세상은 소년범이라 부르고, 이곳에선 '아들'이라 부른다
(계속)
대전 민족사관 청소년 회복센터. (사진=센터 제공)
현수(가명·19)의 하루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이불을 개고, 동생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한다.

여느 가정집과 같은 풍경이지만, 현수와 9명의 동생들은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선 경험이 있다.

보호자에게 맡겨지는 1호 보호처분을 받았지만 돌아갈 집도, 맡겨질 보호자도 없어 이곳으로 오게 됐다.

이곳의 이름은 '회복센터'. 아직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재활센터나 요양병원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청소년 회복센터는 법원에서 위탁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이 함께 생활하는 일종의 대안가정(사법형 그룹홈)이다. 가정이 해체됐거나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소년들을 부모 대신 6개월에서 1년간 보호하고 양육한다. 15살에서 19살까지 10명의 청소년이 이곳에 살고 있다.

현수는 물건을 훔치다 붙잡혀 석 달 전 이곳에 왔다. 청소년 회복센터장인 장부환 목사가 현수의 아버지가, 회복센터에서 함께 생활하는 9명의 청소년이 가족이 돼줬다.

사회에서 소년범, 비행청소년으로 불렸던 자신을, '아들'이라고 불러주는 이곳이 현수는 참 신기하다.

"대전에서 온 아이도 있고 인근의 천안, 서천, 경기도 수원에서 온 아이도 있어요. 좋은 계기로 오게 된 것은 아니지만 서로 격려해주고 의지하면서 지내게 돼 너무 좋아요. 목사님도 저희를 자신의 아들과 똑같이 대해주세요."

'집'이라는 울타리가 생기고 따뜻한 손길이 닿으면서 현수는 10년간의 방황을 멈췄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도 좋아했고, 요리도 좋아하거든요. 호텔조리학과에 들어가서 나중에 음악과 같이 된 식당을 차리고 싶어요."

회복센터의 아이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든다. 일은 분담해서 한다. 스스로 지켜야 할 약속들도 정했다. 2명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현수와 함께 회복센터에 살고 있는 영호(가명·18)는 "이곳에서 지내며 잊고 있던 어릴 적 꿈을 다시 꾸게 됐다"며 "집에서도 받지 못한 사랑을 주셨으니, 이제 저희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잘못을 반성하고, 새 삶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본 장부환 목사는 회복센터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돈 2천원 때문에 이곳에 온 아이들도 있어요. 배가 고파서 훔친 돈으로 빵을 사먹다 잡혀온 거예요. 부모의 제대로 된 돌봄만 받았어도 오지 않았을 아이들이에요. 이곳은 대부, 대모의 역할을 해주는 최소한의 공간이지만 아이들의 변화는 큽니다."

비행의 중심에 있던 청소년들에게 사회에서 올바르게 살아갈 기회를 만들어주고 재범률을 떨어뜨리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간 법적 근거가 없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에서 배제됐다. 법원에서 나오는 약간의 보조금에 운영자가 자신의 수익을 털어 넣는 구조였다. 최근 사법형 그룹홈이 청소년 복지시설로 인정되면서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회복센터. 그곳은 청소년들이 가정에서, 사회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기도 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jnkim@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