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칼럼] 선거냐, 박대통령이냐
보수의 미래 바라보고 선택해야
민주당 후보끼리 경쟁하는 구도
10년 전 대선과 거꾸로 닮은꼴
보수 유권자 전략적 선택 기웃
상당수 반응도 없고, 투표도 포기
보수 후보들은 보이지 않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손을 들었다. 대신 떠오르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그의 확장성을 의심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나 다른 보수 후보들은 지지율을 말하기도 민망하다. 오차범위도 안 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대선을 닮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10%대에서 겨우 20%대로 회복했다.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한나라당 경선이 본선보다 더 뜨거웠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출마해 무려 15.1%나 보수 표를 잠식했는데도 이명박 후보가 48.7%를 얻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26.1%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자 대통령 선거가 파장 분위기였다.
지금도 민주당 후보들이 일방적으로 선거판을 주도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대세론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뒤집을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일부 보수층에서 안 지사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표를 줄 만한 보수 후보가 없다면 차라리 안 지사에게 표를 줘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판도를 의식한 듯 안 지사는 친노, 진보의 틀을 벗어나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지율이 높지만 거부감도 크다. 후보보다 정권 교체를 위해 선택한 경우가 많다. 충성도가 떨어지는 층이 두껍다는 말이다. 보수 후보를 확실히 이길 다른 후보가 있다면 흔들릴 수 있다. 이를 흔드는 방법으로 안 지사는 전국적인 지지율을 올리려는 것이다. 20%를 넘어선 것으로 일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안 지사의 전략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상당히 닮았다. 안 전 대표 측 참모들은 안 지사는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안 지사가 아무리 애를 써봤자 ‘친문 패권’의 조직력 때문에 민주당 경선에서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본선 경쟁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라고 주장한다. ‘친문’ 대 ‘반문’의 구도다. 그러나 이 역시 안철수 전 대표의 희망사항이다.
첫째 숨은 표가 많다. 부끄러워 응답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 ‘샤이 보수’다. 최순실 사태와 탄핵 정국의 영향이 크다. 또 뚜렷한 보수 후보가 없다. 문재인-안희정 대결로 간다면 조금이라도 ‘덜 싫은 후보’에게 ‘전략적 지지’를 하겠다는 응답이 있다. 이 부분은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고, 전략적 투표에 참여할 수도 있다. 또 막상 선거일에는 보수의 대표주자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경쟁하고, 견제해야 건전한 민주정치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0년 전처럼 너무 일방적으로 한쪽이 무너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최순실 사태로 지금 당장 선거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던져 버리고, 바닥을 보이면 회복하기 어렵다. 미래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
보수가 무너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최순실 사태다. 그런 점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분리하는 게 급선무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추락과 함께 선거는 일방적인 게임이 됐다. 적어도 최순실 사태에 대한 반성과 결별 없이 정상적인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다. 그래야 실망한 지지자들이 결집할 수 있다.
보수 유권자 중 상당수는 투표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반기문 전 총장을 기웃거렸다. 태극기집회가 확산되면서 황교안 권한대행을 저울질했다. 그사이 시간만 흘렀다. 내부 경쟁에서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유리하다. 본선에서는 반대다. 선거를 목표로 한다면 불만스러워도 확장 가능성에 힘을 모으는 게 유리하다. 결과에 대한 기대가 생겨야 포기한 유권자, 야당 후보에게 전략투표 하려던 지지자를 다시 잡을 수 있다.
일부는 선거는 아랑곳하지 않고 꼴통 목소리를 내지르는 데만 만족한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를 치를 건지, 박 대통령 보호에 매달릴 건지. 분풀이에 만족할 건지, 보수의 미래를 준비할 건지.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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