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애 같다, 여자 주제에, 게이냐..약자 울리는 혐오표현

이유진 기자 2017. 2. 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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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인권위, 국내 첫 실태조사 보고서
ㆍ온라인 피해 성소수자가 94% ‘최다’…여성·장애인 순
ㆍ경험 이후 두려움·우울증 겪어…“법으로 표현 막아야”

“계집애 같다” “애자 같다” “너 게이냐” “동남아같이 생겼네”.

국가인권위원회가 19일 ‘혐오표현 실태 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혐오표현으로 제시한 사례들이다.

인권위는 이날 성소수자·여성·장애인·이주민과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남성 총 1014명을 온라인과 대면 조사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실시된 혐오표현 실태조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은 성소수자가 94.6%로 가장 높았다. 여성(83.7%), 장애인(79.5%), 이주민(42.1%)이 그 뒤를 이었다. 오프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도 성소수자가 87.5%로 가장 높았고, 장애인(73.5%), 여성(70.2%), 이주민(51.6%) 순이었다.

여성에 대한 온라인 혐오표현으로 가장 많은 응답은 ‘김치녀’였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변태’ ‘호모’가 가장 많았다.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은 주로 장애인들을 징그럽고 냄새가 날 것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주민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인권위는 상대방을 비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남성에게 “여자 같다” “계집애 같다”,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같아” “애자”, 이성애자에게 “너 레즈냐” “게이인 줄”, 동남아 출신이 아닌 사람에게 “동남아같이 생겼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호명된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비난의 의미를 담아 여성에게 “아줌마” “여자 주제에”, 다문화가족 자녀에게 비하의 의미를 담아 “야, 다문화”라고 부르는 것 역시 혐오표현이라고 밝혔다.

혐오표현으로 피해를 본 소수자 집단은 낙인과 편견 등으로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되고, 이에 따른 두려움과 슬픔으로 인해 지속적인 긴장상태나 무력감에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스트레스나 자살 충동·우울증 등 여러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한 경우는 장애인(58.8%), 이주민(56.0%), 성소수자(49.3%)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혐오표현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명문 규정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권위원회법이나 차별금지법에 혐오표현을 명문화하고, 기본적인 조치를 인권위나 차별시정기구가 취하도록 하는 것도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혐오표현을 정의하면서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혐오표현의 유형도 구분했다. 차별적 속성을 이유로 소수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차별적 괴롭힘’, 소수자 집단의 정체성을 특정 개인을 향해 사용하는 ‘차별 표시’, 공개적으로 소수자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공개적인 멸시·모욕·위협’, 소수자집단에 대한 차별과 적의, 폭력을 조장하는 ‘증오 선동’ 등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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