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집중력 방해한 이물질, 경기 진행 운영자 알고 있었다

▲ 이준형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맏형 이준형(21, 단국대)이 뜻하지 않은 불운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준형은 1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했다. 그는 기술점수(TES) 56.11점 예술점수(PCS) 64.92점 감점(Deduction) 1점을 합친 120.0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7.55점과 합친 총점 187.58점으로 이번 대회를 18위로 마쳤다. 이준형은 총점 개인 최고 점수인 203.92점(2014년 주니어 그랑프리 크로아티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았다.

이준형의 부진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그는 올 시즌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 줄곧 고생했다. 지난달 열린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에서 이준형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4대륙선수권대회를 준비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경기를 마친 이준형은 공동 취재 구역(믹스트 존)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첫 점프에서 실수해서 흔들렸다. 프로그램 중반 빙판에 물건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빙판에 치워지지 않은 물건은 비닐에 싸인 사진이었다. 피겨스케이팅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면 팬들이 빙판에 꽃을 비롯한 선물을 던진다. 화동들이 이를 빙판 밖으로 치운다. 그런데 비닐에 싸인 사진은 빙판 색과 비슷해 어린 화동들이 미처 찾지 못했다.

이 물건이 빙판에 있는 상황에서 이준형은 경기에 나섰다. 그는 "한 번 그 물건이 눈에 들어오니까 집중이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한 선수가 경기를 마치면 화동들이 빙판에 떨어진 각종 물건을 들고 나온다. 빙판에 작은 이물질이 있어도 선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사실은 ISU 경기 진행 운영자가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준형의 지도자인 신혜숙 코치는 "처음에는 화동들이 미처 보지 못해 '그저 운이 없었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ISU 경기 운영자가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신 코치는 "이를 확인한 뒤 경기 진행 운영자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경기가 시작되면 다시 빙판에 떨어진 물건을 치우기 어렵다는 점이다"고 했다.

그는 "그 경기 진행 운영자는 선수가 그 물건으로 피해를 볼 확률은 만분의 일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선수가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은 어떻게든 해결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낮은 확률도 선수의 집중력에 문제가 되면 해결돼야 한다. 문제는 세계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할 때도 이런 일이 가능한지 여부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는 단순한 국제 대회가 아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 올림픽을 대비한 테스트 이벤트다. 만약 올림픽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큰 문제가 된다. ■ 오늘의 스포츠 소식 '스포츠 타임(SPORTS TIME)'은 매일 밤 10시 SPO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