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박소연 이어 세번째.. 빛 본 최다빈의 노력

박영진 2017. 2. 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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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피겨 4대륙 선수권] 코치-쇼트-안무 변경하며 꾸준히 발전.. 피겨계 이목 집중

[오마이뉴스박영진 기자]

 최다빈의 연기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기대주' 최다빈(수리고)의 노력이 빛을 봤다. 최다빈은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내며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 180점대(쇼트프로그램 61.62점, 프리스케이팅 120.79점, 총점 182.41점)를 돌파했다. 시즌 내내 코치 변경, 프로그램 수정 등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을 준 결과는 어느 것보다 달콤했다.

경기력-정신력이 더해져 만든 개인 최고기록

최다빈의 강점은 기복 없는 경기력, 그리고 정신력이다. 현재 피겨스케이팅 계는 한 번의 실수가 점수와 순위에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피겨 약소국인 선수들에겐 그 정도가 더욱 크고, 그렇기에 모든 요소가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 쇼트프로그램에선 클린만이 답이라고 할 정도이다. 최다빈은 이런 점에서 매우 강한 강점을 지닌 선수다. 매 경기마다 실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꾸준한 점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력 또한 강하다. 그녀의 정신력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빛 났다. 당시 감기몸살 등으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상황에서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 클린 연기를 펼쳤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초반에는 불안했지만, 실수했던 점프를 만회하고자 후반에 과감히 트리플-트리플-더블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는 등 결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장점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다빈은 이번 대회에서 또 한번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의 앞서 연기했던 마이 미하라(일본)가 클린연기로 무려 200점을 돌파하며 일본 관중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면서, 장내는 온통 미아 미하라를 응원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또한 최다빈이 시니어 A급 국제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연기한 경험이 많지 않은 가운데,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연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최다빈은 초반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놓쳤고, 더블악셀-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도 착지가 불안했다. 모두 웜업 과정에서 깔끔하게 성공하며 확신에 찬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웠다.

그러나 최다빈은 스핀과 스텝연기를 하면서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새롭게 시작했다. 중반부 트리플루프 점프를 성공하더니, 후반부에는 첫 점프에서 놓쳤던 트리플 토룹을 다시 잇고자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더블토룹의 고난이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트리플살코 점프 뒤에도 더블토룹 점프를 붙여 악착같이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작지만 꾸준히 발전한 최다빈

최다빈은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오며 국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시니어로 올라오면서 계속해서 단점으로 지적돼 온 표현력과 예술점수 부분에 대한 약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기술이 탄탄한 만큼 예술에 대한 부족함도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최다빈은 어린 시절 빠르게 트리플 점프를 익혔지만, 러츠 점프의 에지 문제와 연결 점프의 회전수 부족 문제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니어로 올라오기 직전 이런 문제들을 모두 고쳐오며 조금씩 발전해 나갔다. 아직 표현력에선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지만, 상체 몸놀림이나 팔을 사용하는 안무를 해내는 모습이 과거에 비해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최다빈은 올 시즌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많은 모험을 했다. 그랑프리 개막을 앞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크리스티나 파시 코치를 맞이해 스케이팅 스킬과 표현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랑프리 6차대회를 앞두고는 프리스케이팅의 편곡과 안무를 대폭 수정해 연기를 했다. 그리고 지난 종합선수권을 마친 후엔 오랜기간 국내에서 함께한 지현정 코치의 품을 떠나 이은희 코치를 새 지도자로 맞이했다. 그 사이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 안무를 지속적으로 조금씩 바꿔오며 다양한 안무를 추가했다.

그리고 이번 4대륙선수권을 불과 2주 앞두고는 기존 쇼트프로그램이었던 '맘보'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라라밴드 OST'에 맞춘 프로그램을 준비해 경기에서 선보였다. 2주 만에 새 프로그램을 적응하기란 결코 쉽지 않음에도 최다빈은 당당히 연기하며 쇼트프로그램 60점대를 돌파했다. 낮은 예술점수 역시 2점 가량 끌어올리는 효과도 봤다. 프리스케이팅 역시 기존 예술점수보다 5점 가량 상승했다.

최다빈은 아직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는 격차가 있다. 한국 선수들의 약점인 스케이팅 스킬을 비롯해, 표현력은 그녀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할 부분이다. 비록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고쳐 나가는 모습은 분명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

180대 돌파, 김연아-박소연 이어 세 번째... 평창 가나

 최다빈의 연기 모습
ⓒ 박영진
최다빈은 이번 대회 결과로 김연아와 박소연(단국대)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국제대회에서 180점대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 경기 후 프로토콜을 확인했을 때, 최다빈이 프리스케이팅을 실수 없이 연기했다면 충분히 130점대를 돌파해, 190점대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평창을 단 1년 앞두고 한국 여자피겨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배 박소연은 지난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185.19점을 기록하며 선전해 확실한 에이스임을 보여줬지만, 12월 치명적인 발목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후반 일정이 모두 틀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부상 여파로 종합선수권, 유니버시아드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모두 기권 했다.

올 시즌 기량이 급성장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는 김나현(과천고)도 최근 심한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시즌 그녀는 누구보다 화려하게 출발했다. 롬바르디아 트로피 대회에서 김연아 이후로는 최초로 시니어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고, 그랑프리에도 나서 8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종합선수권 직전부터 발목과 다리 부상이 심해져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 국가대표 자리가 걸려있는 종합선수권은 투혼을 펼쳐 3위에 올랐지만, 이후 부상정도가 더욱 심해져 결국 이번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기권해야만 했다. 김나현은 내주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참가할 예정인데, 쇼트프로그램 당시 상황으로 봐선 빙판위에 서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여서 참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박소연이 아시안게임에 기권을 통보했고, 김나현마저 기권 의사를 밝힌다면 차순위인 최다빈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만약 최다빈이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된다면, 곧바로 삿포로 넘어가 일주일 만에 또 다시 국제대회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김나현의 부상 정도가 심상치 않아, 만약 세계선수권까지 출전하기 어렵게 된다면 최다빈이 또 다시 김나현의 자리를 메워야만 한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이 평창 올림픽 국가별 쿼터를 정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당초 4대륙 선수권이 올 시즌 그녀의 마지막 대회로 결정됐었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최다빈은 박소연, 김나현 등과 놓고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참가할 주인공을 놓고 경쟁한다. 그녀의 노력이 과연 평창 무대에 설 결실을 맺을지 피겨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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