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훈의 野國 오키나와]<16>자나깨나 부상조심

장강훈 2017. 2. 19. 07: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왼쪽)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선동열 투수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키나와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오키나와=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본인 마음이 제일 아플거에요.”

스프링캠프가 반환점을 지나면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다 예기치 않게 부상하면 당사자의 허탈감이 가장 크다. 해당선수가 즉시전력감이거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선수라면 코칭스태프의 마음도 찢어진다. 경미한 부상이라면 “차라리 캠프 기간에 다친 게 시즌 때 다치는 것보다 낫다”고 위안을 삼는다. 수 개월 재활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시즌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는 각 팀 감독이나 코 앞에 닥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는 대표팀 김인식 감독도 “다치지만 말아라”고 주문을 외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 임정우(왼쪽)가 어깨 통증으로 조기 귀국을 결정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오키나와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대표팀에도 최근 첫 번째 이탈자가 나왔다. 우완 불펜으로 기대를 모은 임정우(LG)가 어깨 통증으로 18일 귀국길에 올랐다. 김 감독은 “대표팀이 돌아가는 23일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재활하라”고 배려했지만 정밀검진을 받고 익숙한 곳에서 재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LG 구단 입장에서도 팀내 마무리 투수가 캠프도중 부상했으니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가까운 곳에 두고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게 마음편한 일이다. 괌에서 미니캠프를 치르는 동안 예년에 비해 서둘러 몸을 만들다 화를 입었다. 차우찬(LG) 우규민(삼성) 등 베테랑들은 자신의 루틴을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가뜩이나 우완 정통파 투수가 부족한데다 WBC 대표팀으로 선발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각의 시선까지 고려하면, 대회를 준비하는 임정우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김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가 “어린 투수가 얼마나 큰 부담을 느꼈겠는가. 잘해보려고 노력하다가 뜻하지 않은 결과로 중도하차했으니 마음이 찢어질 것이다. 얼굴 보거든 격려를 많이 해달라”고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1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KIA와 일본 니혼햄과의 경기가 열렸다. KIA의 선발투수 김진우가 1회말 니혼햄의 선두타자 하루키 니시카와의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은 후 마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김진우는 김종훈으로 교체됐다. 오키나와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KIA 한기주도 허벅지 통증으로 조기귀국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에 임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안았다. 공교롭게도 한기주가 귀국길에 오르던 날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한 김진우는 타구에 오른 무릎 옆을 맞고 쓰러졌다. 단순타박상으로 결론나 한시름 놓았지만, 자칫 시즌을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김진우는 18일 킨구장에서 열린 라쿠텐과 연습경기에 동행하지 않고, 숙소에 남아 안정을 취했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 마음 다 똑같지 않겠나. 야구 욕심이 많은 선수들은 조금 아파도 구장에 나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같이 뛰고 싶어한다. 감독 입장에서도 아픈 선수가 눈 앞에 왔다 갔다 하면 싱숭생숭하지 않겠는가. 모두를 위해 아픈 선수들은 쉬게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구위도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선수 본인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차라리 눈에 띄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화 송창식이 18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불펜에서 수술 후 처음으로 하프피칭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돌아올 채비를 하는 선수들도 캠프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한화 ‘필승조’ 송창식, 권혁이 18일 하프피칭으로 복귀 날개짓을 했다. WBC 대표팀 송진우 투수코치는 “투수는 마운드에 서기 전까지가 문제이지, 일단 서면 투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코치의 의견을 대입하면, 권혁이나 송창식 모두 예정보다 복귀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한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하프피칭을 시작해 통증이 없으면 불펜투구를 하고, 라이브피칭을 하고, 변화구를 던지고, 실전에 올라 던져보고, 성공적인 결과를 내야 비로소 ‘복귀’라고 부를 수 있다. 서두를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조기 복귀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훈련하다 다치는 게 가장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훈련은 경기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밟다 다치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경기 도중 부상하면 선수로서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게 빅리그 선수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억울한 마음은 덜하지 않을까. 자나깨나 부상조심, 후반으로 접어든 스프링캠프의 최대 화두다.
zzang@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