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ACL 출전 불발이 전북에 미치는 영향

정다워 2017. 2. 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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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다워(전주)]

18일 정오. 전북현대 출정식이 열리는 전북도청 주변은 행사 시작 두 시간 전부터 녹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북적였다. 쌀쌀한 날씨, 혹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불발도 새 시즌의 기대감을 막을 순 없다.

뒷자리 여고생들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지난 시즌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우리 아빠는 내가 저 경기에 안 가서 이긴 거래”라며 웃는다. 전주에서 축구는, 아니 전북이라는 팀은 모녀의 대화 주제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단상 위 이광국 대표이사의 첫 마디는 사과였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팬 여러분의 신뢰를 져버리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박탈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상처가 작지 않고 아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안다. 구단을 대신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최강희 감독도 “챔피언스리그라는 질 높은 대회를 팬들이 볼 수 없게 됐다. 죄송하고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챔피언의 출정식은 우울함 속에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박탈은 전북에게 치명적이다. 전북에게 아시아 무대는 킬러 콘텐츠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 1,2년 사이 팬층이 폭발적으로 두꺼워지는 과정에 크게 기여했다. 주중 열리는 경기에도 K리그보다 많은 관중들이 전주성을 찾았다. K리그에서 거의 유일하게 ‘3면 응원’이 가능한 팀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팬들의 실망은 크다. 2017년 전북 팬들은 허전한 평일을 보내야 한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했으니 공허함은 클 게 분명하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하는 게 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출정식 분위기만 보면 긍정적이다. 아직 개막도 안 했는데 다양한 성별, 연령의 팬들이 출정식에 함께했다. 전북의 시작을 보며 올 시즌에도 전주성에서 3면 응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더. 전주시는 올해 전주월드컵경기장 리모델링에 120억 원을 쓴다. FIFA U-20 월드컵 개최와 맞물려 경기장 개보수 공사를 이미 시작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거의 브리핑 수준으로 리모델링 소식을 전했다. 잔디를 비롯해 전광판, 조명, 응원석 등이 모두 업그레이드 된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함에도 지자체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거액을 투자하는 건 이례적이다.

여담으로 출정식에 도지사를 비롯해 시장, 시의회장, 도의회장 등 지역 큰 손들이 모두 참가하는 것만 봐도 전북이라는 팀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전북이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한 팀이라는 것까지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루틴의 변화가 미칠 영향
지난 6년 동안 전북은 K리그와 FA컵,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했다. 세 대회를 병행하는 게 이미 루틴(routine)으로 자리 잡았다. 2월 말부터 적어도 5월까지는 일주일에 두 세 경기를 소화하는 게 일상이었다. 스쿼드에 이에 맞춰 조직됐다. A팀이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준비하면, B팀은 K리그 경기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팀이 운영됐다. 이제 새로운 리듬으로 시즌을 보내야 한다.

일각에서 전북이 체력적으로 다른 팀들에 비해 유리하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최강희 감독이 경계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전북은 세 대회를 병행하는 일정에 익숙해졌다. 스쿼드를 이원화해서 여러 대회를 준비하는 패턴이 자리 잡은 팀이다. 오히려 달라지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풍부한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대회이기도 했다. 여러 대회를 동시에 준비하며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골고루 돌아갔다. 이제는 다르다. 출전 시간이 특정 선수들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동국은 “일주일에 두 세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팀이 나뉘어서 준비했다. 많이 못 뛰던 선수들도 기회를 얻어 경기력이 유지가 됐다. 이제는 A팀 경기력만 올라올까봐 걱정스러운 것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더블로 동기부여
전북은 새 목표로 ‘더블’을 설정했다. K리그 클래식과 FA컵을 동시에 석권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를 기대하며 이적한 선수들의 실망이 컸다”라고 말했다.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황에서 확실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시 집중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블도 전북에겐 의미 있는 목표다. 지금까지 전북은 한 시즌 두 대회에서 정상에 선 적이 없다. 만약 올 시즌 뜻을 이룬다면, 아시아 정상 등극만큼이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다.

주장 신형민은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극복해야 한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않으니 두 대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으니 두 대회 우승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동국도 “FA컵에서 우승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때문에 FA컵엔 기회를 많이 못 얻은 선수들이 나갔는데 올 시즌엔 최정예로 나서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전북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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