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환의 야구사색]첫 해설위원 도전, 이제는 '배추도사'라 불러주세요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7. 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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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에 열리는 제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국내 단독 중계를 맡은 JTBC 해설진에 합류하기로 했다. 선수와 코치는 경험해 봤지만, 해설위원은 처음이라 많이 떨리고 설렌다. 언제나 첫 도전은 설레임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동반하는 것 같다.

함께하는 해설위원으로는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적토마’ 이병규가 있다. 두 선수 모두 나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첫 도전이지만, 연이 있는 인물들과 함께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박명환 WBC 해설위원. 현 야구학교 코치.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먼저 박찬호 위원은 나와 함께 제1회 WBC 대회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이후에는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NC 스프링캠프 인스트럭터로 재회했다. 당시 그는 나에게 제구에 대한 조언을 성심성의껏 해줬는데 나름 효험을 봤다.

초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이병규 위원과는 과거 LG에서 함께 보낸 적이 있지만,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진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LG 이적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탓에 1군 무대에 많이 머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해질 기회가 생각처럼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 위원이 일본 생활을 접고 LG 복귀를 결심했던 지난 2010년에는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당시 이 위원과 나는 각자의 부진 탓에 고민이 많았다. 술자리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렇게 과거에 인연을 맺게 된 두 인물과 같은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조우하게 돼, 무척 반갑다. 재미있는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두 위원과 좀 더 친밀한 사이로 거듭날 생각이다.

박찬호 위원은 지난 2013년 WBC 당시에도 해설을 맡았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방송사의 부름을 받았지만 나와 이병규 위원은 방송사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해설위원으로 데뷔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중순 방송사 관계자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해설위원직을 제안했다. 당시 잠깐 동안 고민하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판단해 수락의사를 밝혔고 나름대로 공부에 나섰다.

박명환 WBC 해설위원. 현 야구학교 코치.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코치를 하면서 선수들을 자주 대하다 보니 말하기 실력이 이전보다 늘기도 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윤영미 SBS 전 아나운서가 지은 자기 계발서를 통해 정제된 말하기 연습도 했다. 연습한 만큼 방송에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 되기도 한다.

WBC 대회 기간 동안 경기 해설은 물론 WBC 데일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진행까지 맡을 예정인데, 적어도 경기 해설만큼은 이병규 해설위원과 함께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타격 전문가인 그가 타격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곁들인다면, 나는 투수 입장에서 선수들의 투구 분석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포지션은 물론 해설자의 성향에서도 이병규 위원이 나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 이 위원이 유쾌하고 밝은 톤의 해설을 선호하는 반면 나는 전반적으로 진지한 태도를 유지한 경기 해설이 편하다. 쉽게 말해 음과 양의 조화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방송사의 견해는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첫 해설위원 도전인 탓에 자연스럽게 나의 롤모델을 정해놓았다. 바로 김진욱 kt 감독님을 닮고 싶다. 올시즌을 앞두고 kt 감독으로 부임하셨지만, 지난 2시즌 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셨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진지함 속에 냉철한 분석을 곁들이는 스타일을 보이셨는데 진지한 해설을 원하는 나로서는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밝고 유쾌한 방식의 해설이 결코 틀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격 상 유쾌한 이야기에는 소질이 많이 없어 결정한 ‘진지함’이다.

하지만 진지한 해설방식과는 별개로 캐릭터 혹은 별명만큼은 확실하게 얻고 대회를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통 유명 해설위원들은 저마다 별명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찬호 위원은 지난 2013년 WBC 대회를 통해 의외의 수다스러운 면모를 보여 ‘투 머치 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MBC 스포츠플러스의 허구연 위원 역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도 결국은 인프라 발전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사례가 잦아 ‘허프라’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별명으로 나름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다면 욕심일까.

해설에 투입된 이후, 내 능력과 특징에 따라 별명이 붙여지겠지만 원하는 별명은 있다. 바로 ‘배추도사’가 그것. 현역 시절 ‘양배추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났지 않은가. 적어도 투수 파트 해설에는 자신이 있다. 전문적인 해설을 하는 데 주력하며 ‘도사’ 칭호를 얻도록 노력해보겠다.

현역 시절 '라뱅(수비와 주루 시 마치 동?마트에 라면을 구입하러 가는 듯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비유)'으로 불렸던 이병규 위원의 별명도 어떻게 붙여질 지 사뭇 궁금하다.

JTBC를 통해 WBC 해설위원으로 야구인생 2막을 여는 이병규.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 14일에는 JTBC 사옥에 방문해, 스튜디오에서 테스트 해설을 진행해봤다.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긴장이 돼 떨고 있다는 것이 목소리에 묻어 나온다는 사실을 접하고 크게 놀랐다.

첫 해설위원 도전에 나선 이병규 위원도 주어진 원고를 읽다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역시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였지만, 해설위원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WBC 해설을 더욱 큰 야구인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보겠다. 해설위원 도전을 흔쾌히 허락한 야구학교와 나를 발탁해준 JTBC가 감사하지만 특히 해당 칼럼의 편집을 맡고 있는 스포츠한국에 무척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의 새로운 도전은 `박명환의 야구사색' 칼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ljh566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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