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명고 교장 "국정화 강행한 우리가 소신·진보"

최민지 기자 2017. 2. 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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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학교 신청 다음날 훈화..학생들 국정교과서 반대 집회 열어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연구학교 신청 다음날 훈화…학생들 국정교과서 반대 집회 열어]

문명고 홈페이지 메인.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강행한 김태동 문명고 교장이 학생들에게 "국정화 반대 단체는 무시하라", "국정교과서 오류는 7건" 등 '황당 훈화'를 했다가 물의를 빚고 있다. 교장은 또 국정교과서 채택을, 소신을 지킨 '급진적' 선택으로 표현했다. 국정교과서 반대 교사의 보직을 해임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서는 "염색한 학생을 졸업식장에 입장시켰기 때문"이라며 엉뚱한 해명을 내놨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16일 김 교장은 자율학습 중인 학생들을 강당으로 불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취지를 설명했다. 또 설명에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015년 11월3일 국정화 방침을 발표할 당시 촬영된 대국민담화 동영상을 틀어줬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교장은 점심시간 직전 학생들 앞에서 20여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김 교장은 "역사책이 사실만 쓴다면 좋겠는데 기술하다보면 '김일성이 남한을 침략했는데 이에 대해 좋다, 나쁘다'하며 (필자의) 주관이 조금 들어간다"며 "한 가지 바른 역사책이 있어야 한다. 검정교과서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국정교과서가 출판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장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을 '소신'과 '진보'로 표현했다. 김 교장은 "다 같이 하는 거에 묻어가면 그건 편한 결정이다. 지금처럼 되니까 (검정교과서 발행을 지지하는) 그 사람들이 보수가 된다"며 "(국정교과서) 내용은 보수지만 몇 명 안되는 걸 강행하다보니 (문명고가) 급진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또 연구학교 반대 집회를 벌이는 교원·시민단체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학생들에게 "무시하면 된다"고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나 재야단체에서 '학교장 나쁜놈'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을텐데 학생들은 현혹되지 말고 무시하고 지나가면 된다"고도 했다.

연구학교 신청이 민주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경북교육청이 교원 동의 조건을 없앤 덕택"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우리는 법률, 절차에 위배되지 않게 (연구학교 신청을) 하고. 민주주의니까"라면서 "처음에는 교사동의율이 70%쯤이어서 신청을 못하는 건데 지난 9일 경북교육감이 '교사 동의 없이도 신청하려면 해주세요'하는 공문 보냈다. 그래서 신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국정교과서의 오류를 축소하는 한편 현재 이 학교에서 사용 중인 검정교과서가 '비교·분석 대상'임을 명시했다. 김 교장은 "박근혜 대통령 부녀 미화, 최순실 개입 여부 등으로 여론이나 정치적으로 시끄럽지만 가장 잘못된 것은 7가지"라며 "검정교과서도 오류는 있기 마련인데 7개 분야를 중심으로 (검정과 국정을)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역사교육연대회의는 국정교과서에서 653건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했지만 국사편찬위원회는 지적을 무시한 채 7건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언을 끝낸 김 교장은 몇몇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한 학생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반대 교사의 보직 해임, 담임 배제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반대했다고 직책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담임에서 배제된 선생님의 경우) 두발규정을 어기고 노란 머리인 채로 졸업식에 온 학생을 교실에서 대기시키라고 했는데 들여보냈다. 내 지시를 어겨 담임직에서 배제했다"고 답했다.

이날 김 교장의 '소신 발언'은 오히려 학생들이 연구학교 철회 목소리를 내는 데 발화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장의 훈화 다음날인 17일 문명고 학생 250여명은 학교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김 교장은 "교육부에 연구학교 철회를 정식 요청하겠다"는 발언으로 여론을 잠재우려 했지만 몇 시간 후 경북교육청은 전국에서 문명고가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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