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책검증⑤] 이재명과 손가혁, 경선대반전 가능할까

백철 기자 2017. 2. 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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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월 15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선후보로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이 시장은 현직 기초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유력 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여러 대통령 후보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달변가이기도 하다. 그를 유력 대선주자로 만들어준 힘은 촛불민심이다. 촛불민심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0일, <중앙일보>의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이 시장은 31.4%로 1위를 차지했다. 비호감도에서는 제일 낮은 38.5%를 기록했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종종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견된다. 이 시장은 스스로를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비유한다. 에세이집 <이재명은 합니다>에서도 이 시장은 “나는 성공한 대한민국의 샌더스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강점은 SNS다. 이 시장 본인이 하루에 수 건에서 많으면 10여 건을 SNS에 직접 올린다. 중앙정부에서 청년배당, 공공산후조리원 등 성남시 복지정책에 제동을 걸 때마다 그는 SNS에 곧바로 의견을 올렸다. 그가 대선후보로 뜨기 전부터 이 시장의 지지자들은 그의 SNS 글을 보며 이 시장에게 ‘사이다’라는 별명을 붙였다. 다년간의 SNS 활동은 이 시장에게 “무엇을 시작하든 끝장을 보는 사람”(<이재명은 합니다> 소개글)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태경 토지정의연대 사무처장은 그의 리더십을 “단호한 정의로움”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샌더스 되려 한다”
최근 이 시장이 SNS에 자주 올리는 글의 주제는 기본소득이다. 1월 23일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도 그는 기본소득을 언급했고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는 기본소득을 “핵심 정책”이라고 말했다. 30세 미만과 65세 이상에게 연 100만원,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자는 생애주기별 기본소득, 후자는 전 국민 기본소득이라 불린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 정책의 원형은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이다. 성남시는 만 24세 이하 청년들에게 월 5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상품권)를 지급한다. 43조원이라는 재원에 대해 이 시장은 예산 낭비를 근절하고 부자(슈퍼리치) 증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복지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이 돈으로 노인 기초연금이나 어린이집 등 사회적으로 시급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는 경제정책이라고 설명한다. 기본소득은 그가 내세우는 ‘뉴딜 성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시장이 언급하는 슈퍼리치는 주로 재벌 대기업이다. 그는 기자에게 재벌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 여부가 “나와 문재인 후보의 대척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1월 12일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재벌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 여부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촉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 질의했다. 또한 문 전 대표를 향해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벌개혁과 더불어 이 시장은 노동권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를 확충하고, 기업 내부에서는 노동3권 강화로 불법·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겠다는 게 이 시장의 구상이다. <주간경향> 인터뷰에서도 이 시장은 일자리 확충과 임금 상승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노동3권을 권장하고 지원·육성하겠다는 말도 했다. 이 시장이 노동문제에 천착하는 배경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는 그가 만 12세 때 고무공장에 위장취업을 했다가 기계에 손가락을 다친 사연으로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이 시장은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최저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2월 14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는 여러 장관 중 노동부 장관이 제일 중요하다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시켜서 노동부 장관을 시켰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로 촉발된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이 시장은 검사장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현재 검찰의 문제점으로 권력자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인사권이 정치권력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검찰이 권력을 감시하지 못하고 반대로 권력의 사유물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감 직선제를 참고하면 검사장 직선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교육감 직선제처럼 시간이 흐르면 익숙한 제도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연정론은 부패세력에게 구조신호 같아
이 시장의 정책들이 말만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 시장의 성남시정에 대한 각계의 호평은 그의 말에 현실성을 더해준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그는 4년 전보다 4% 더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보수성향이 강한 분당구에서도 50% 이상 득표했다. 한국매니페스토본부 등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행정자치부에서도 성남시를 3년 연속 재정상태 우수단체로 선정했다.

오히려 이 시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그 자신이다. 이 시장의 ‘끝장’과 ‘단호함’은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지난해 1월에는 배우 김부선씨와 SNS에서 설전을 벌였다. 12월에는 가천대를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이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지방선거에서 이 시장을 괴롭혔던 친형과의 다툼과 철거민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는 “나를 공격하는 적이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된다”며 언론 인터뷰와 책, SNS를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말이 거칠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인격수양이 부족했다”는 말도 했다.

문재인, 안희정 등 다른 야권 주자를 향한 공격도 결과적으로 상처만 남겼다. 이 시장의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연정론을 제기했다.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새누리당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안 지사의 의견은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 논란을 부추겼다. 이에 이 시장은 2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지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대연정론에 대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친일독재 부패세력에 탄핵이 되더라도 살 길이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청산대상과 함께 정권을 운영하겠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침 이 시장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안 지사는 상승하는 시점이었다.

여기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가 결과적으로 악재가 됐다. 반 전 총장의 사퇴 이후인 2월 2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지지층 중 이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의견은 3.4%에 그친 반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지지하겠다는 의견은 각각 11.1%, 7.6%로 나왔다. 2월 들어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는 물론 안희정 지사, 안철수 의원 등에게도 뒤처지는 5~8%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1월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야권 지지층의 이탈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이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제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그는 믿는 것은 ‘손가락혁명군’으로 대표되는 소수 열성 지지자들이다. 1월 15일 광주 서구에서 열린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는 이 시장의 지지자 7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2010년 이 시장의 성남시장 당선 이후부터 계속된 SNS 행보를 통해 만들어진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결집력은 강하다.

이 시장은 기자에게 “문 전 대표보다 제가 열성 지지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가 참여하는 민주당 경선은 다르다. 열성을 갖고 행동하는 소수가 결판을 내는 게임이다. 그래서 경선에 이변이 많고, 대세는 없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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