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별다방 벌벌 떨게 할 편의점 커피 어디 없소

입력 2017.02.18. 14:46 수정 2017.02.1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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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편의점 1000원짜리 커피전쟁
일본 편의점서 시작한 커피전쟁
한국서 500원 커피까지 등장
드립·에스프레소 가성비 높지만
개성 있는 맛과 향은 아직 부족

꽁꽁 언 소비심리 녹이려 낸
편의점 업계의 커피 아이디어
시장 변화 주도할 열쇠 될 수도
"담배가게서 카페 변신 성공할까"
[한겨레]
▶어둔 밤바다의 등대처럼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는 ‘서민들의 백화점’ 편의점이 치열한 커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편의점 5개 브랜드는 2015년부터 자사 브랜드 원두커피를 최저 500원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밥값을 훌쩍 넘어 ‘된장질’이라는 말까지 낳게 했던 원두커피 가격을 1000원까지 낮춘 비결은 뭘까요?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편의점 커피는 과연 별다방이나 콩다방을 벌벌 떨게 할 수 있을까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위드미 편의점. 원래 이곳에는 커피숍이 있었다. 문을 닫은 ㅇ커피숍은 뜨거운 커피는 물론 아이스커피도 리필해주고 잼 바른 빵과 과자도 듬뿍 주던 인심좋던 곳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불경기로 불리던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했는지 지난해 말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 편의점은 문을 열자마자 500원짜리 원두커피를 홍보하는 커다란 입간판을 내걸었다. 그것도 브라질 세라두 원두로 만든 드립커피였다. 그 말에 솔깃해서 이날 오전 출근을 하는 길에 편의점의 문을 밀고 들어가봤다. 커피 전문점이 아닌 편의점에서 한 품종의 원두로 커피를 선보이는 것은 처음 봤다. 개인적으로 여러 원두를 섞은 블렌딩 커피보다는 한 품종의 원두로 내린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 균형감이나 바디감은 블렌딩에 견줘 떨어지지만 개성 강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 계산대 옆에 서 있는 커피기기는 다른 편의점의 원두커피 기계에 견줘 홀쭉했다. 편의점 커피기계는 씨유(CU)와 지에스(GS)25의 것이 크다. 씨유와 지에스는 커피전문점 에스프레소 머신과 같은 압력 방식이지만 위드미는 세븐일레븐과 같은 드립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날렵하다.

씨유(CU)의 커피 머신.

편의점 커피는 본인이 기계로 가서 직접 내려야 한다는 점이 전문점 커피와 다르다. 바리스타가 필요 없는 셈이다. 커피가 나온 다음 컵뚜껑을 덮고 컵 홀더에 넣는 것도 모두 셀프다.

편의점마다 기계도 맛도 다 달라

500원을 건네고 위드미의 ‘테이크1’이라는 커피를 주문해봤다. 그런데 40대 후반 남자인 점주는 돈을 받지 않았다. 시음해보라는 것이었다. 편의점의 영업전략은 박리다매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돈을 다시 건넸지만 완강히 받지 않았다.

테이크1 진한맛 커피는 기존 편의점 커피와 달리 깔끔했다. 브라질 원두 한 품종을 종이 필터로 내렸기 때문에 특유의 풀냄새 흙냄새 같은 특징이 살짝 느껴졌다. 그래서 목넘김은 좋았지만 뒷맛은 다소 텁텁했다. 단일 원두가 갖는 장점이자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위드미의 테이크1 커피 머신.

그래도 500원의 가격에 견줘 훌륭한 맛이었다. 게다가 공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점주가 “커피 맛이 괜찮죠”라고 물어왔다. 당연히 맛있다고 대답해주었다. ‘드립커피를 500원에 마실 수 있다’며 놀라워하고 있던 차였다. 주인은 “우리 매장에서 담배보다 더 많이 찾는 상품이 커피”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편의점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담배다. ‘2015 편의점산업동향’을 보면 2014년 편의점 전체 매출의 39%가 담배였다. 편의점 주요 고객이 30대 남자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런데 이 편의점은 커피를 찾는 손님이 담배를 찾는 손님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2014년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10%이던 마진율이 7~9%대로 낮아졌다. 커피의 원가는 일반적인 원두를 쓸 경우 200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마진율은 담배보다 높다.

이 때문에 편의점 업계에서 원두커피는 도시락과 함께 주력상품으로 밀고 있다. 지난해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란 뜻)이라는 유행어가 나왔을 만큼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2015년을 기점으로 혼밥에 대한 개념이 ‘궁상맞다’에서 ‘편리하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편의점 커피를 편의점 도시락처럼 포지셔닝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2015년 1월 ‘카페세븐’이라는 자가브랜드(PB) 원두커피를 선보인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기존 편의점의 고압 스팀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방식이 아니라 종이 필터를 이용해 한 잔씩 내리는 방식이다. 한국 세븐일레븐의 이런 아이디어는 2013년 일본 편의점 1위인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100엔커피(또는 콘비니 커피)을 카피한 것이다. 2013년 일본 세븐일레븐은 이 커피를 2억잔 팔면서 편의점은 물론 커피전문점을 누르고 일본 전체에서 최고의 커피 판매 실적을 올렸다. 세븐일레븐의 원두커피는 일본의 커피 소비량을 6%까지 상승시켰다.

세븐일레븐의 커피 머신.

이 때문에 닛케이비피(비즈니스출판)에서 발행하는 잡지 ‘닛케이트렌디’는 2013년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편의점 커피를 1위로 뽑았다. 특히 편의점 커피는 ‘커피를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산다’는 새로운 인식을 침투시켜 일본 편의점 업계가 빵이나 디저트 등 기존의 전문점으로 몰렸던 고객을 편의점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편의점 업계의 커피 성공 신화는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뿐 아니라 씨유, 지에스25, 미니스톱, 위드미 등 모든 편의점 업계가 자체 브랜드 원두커피 개발에 뛰어들게 했다. 씨유는 2015년 말 커피 브랜드 ‘카페겟(GET)’을 선보였다. 카페겟은 씨유가 현지까지 가서 직접 고른 탄자니아산 원두와 콜롬비아산 원두를 7대3의 비율로 이용한다.

지에스25의 자체 브랜드 ‘카페25’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지에스25는 콜롬비아, 과테말라, 브라질, 에티오피아 원두를 4 대 3 대 2 대 1의 비율로 블렌딩해서 쓰고 있다. 이 회사는 1년 넘게 사업을 준비해 각 원두를 개별 로스팅하고 블렌딩의 비율을 다르게 해 4가지 선택지를 만들어 최종 비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커피 머신도 스위스 유라에서 제작한 1300만원의 고가 제품이다.

편의점 커피들은 비교적 순항중이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지난해(10월 말 기준) 판매가 전년 동기간 대비 369.3% 늘었다. 지에스25의 카페25는 첫 시판 뒤 11개월 동안 팔린 커피가 2052만잔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를 운영하기 전과 견주면 원두커피 매출이 251.6%나 증가했다.

지에스(GS)25의 원두커피 머신.

카페25 베스트, 세븐카페 워스트

이들 커피를 직접 마셔봤더니 가격에 견주면 괜찮은 편이지만 편차가 있었다. 시음과 평가는 생두를 직접 배전할 정도인 커피 마니아 이문영 팀장과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 카페25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적당한 바디감과 산미가 있었다. 맛·향·목넘김 등이 일반 커피전문점 커피숍에 견줘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 팀장도 “바디감이 부드럽고 구수하다”고 말했다. 씨유는 배전을 강하게 한 탓일까 쓴맛이 강했다. 하지만 바디감은 묵직해 강한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적합할 듯했다.

드립커피인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마셔본 것 가운데 가장 나빴다. 우선 세븐일레븐 편의점 가운데 세븐카페를 파는 곳이 드물었다. 광화문·서대문 일대 5곳의 세븐일레븐을 돈 끝에 겨우 세븐카페를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실망이었다. 세븐카페는 향도 맛도 수준 이하였고 초록색 컵에서는 플라스틱 냄새가 났다. 이 팀장은 평가 자체를 거절했다.

편의점 커피는 가성비는 뛰어나지만 바디감이나 독특한 산미와 향기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 커피는 커피전문점 시장을 잠식할 만큼의 잠재력은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맛 때문이 아니라 트렌드 때문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지난해에 이어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계가 소비를 줄여 내수의 ‘돈맥경화’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소비 양태가 급변하고 있다. 삼정케이피엠지(KPM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낸 ‘소비패턴의 11가지 구조적 변화’를 보면 민간소비증감률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하고 있어 개인이 필수재에만 소비를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개인이 소비를 가장 줄일 것으로 전망되는 필수재는 외식비, 문화생활비, 여행비 순이었다.

편의점 원두커피, 일본 편의점 업계 성장 견인해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성비 쇼핑(언더프라이스 쇼핑)’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대표적인 상품으로 1000원짜리 원두커피를 꼽았다. 저가(칩)로 근사한(시크) 제품을 즐기려는 욕구는 편의점 커피뿐 아니라 중저가 패션·화장품은 물론 저가항공, 저가숙박업까지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편의점 커피는 단순히 경기침체로 지갑을 닫은 소비자에 그저 대응하기 위한 수동적 상품이 아니다. 편의점이 1인가구와 노령인구의 급증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소비시장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자체브랜드 원두커피를 처음 선보인 일본 편의점 업계는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같은 배달문화가 없는 일본에서도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노력으로 일본 편의점 업계는 원두커피를 팔기 시작한 2013년에 전년 대비 8.2%의 성장을 기록했다. 1974년 편의점이 일본에 최초로 등장한 뒤 최고 수준의 성장률이었다. 즉 편의점 커피는 유통시장의 저변을 뒤흔드는 지각변동을 가져온 셈이다. 경기침체의 상황에서 일본의 편의점은 커피는 물론 빵·밥·택배·세탁물·은행·노래방 등 다른 업종을 끌어안으며 나홀로 성장을 해왔다.

성장의 과실을 상위 업체가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4년 기준으로 세븐일레븐은 약 4조엔(우리돈 40조4600억원)의 매출로 선두를 유지했으며 이어 패밀리마트(2조엔), 로손(1조9600억엔) 순이었다. 4위 이하는 대부분 매출이 감소하거나 인수·합병에 내몰렸다.

우리나라 편의점도 일본 업계처럼 유통 분야에서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다 자영업자들의 고유업종인 식당·카페·택배 등의 기능을 흡수하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과점도 가능성도 보인다. 1~3위 업체의 점포수 비중이 무려 90%에 이른다. 편의점 업계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있던 2011년 이후에도 매년 8~20%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처럼 커피가 편의점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에스케이(SK)증권 손윤경 연구원은 비지에프(BGF)와 지에스리테일이 담뱃가게에서 패스트푸드로 이미지 전환에 성공했다며 영업이익률이 향후 3년간 20%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 연구원은 2015년 기준 편의점의 여성 고객 비중은 21.3%로 남성 고객 비중(41.2%)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원두커피만 놓고 보면 여성의 구매 비중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에 신규 고객으로 여성 유입이 증가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도족은 있어도 편커족은 없는 까닭

그러나 편의점 커피가 커피전문점 수요를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호텔경영학연구에 실린 ‘커피전문점의 선택속성이 재방문 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소비자가 커피전문점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종업원의 친절, 커피의 가격이었다. 그러나 재방문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비스, 커피의 품질(가격 맛 포함), 편의성, 추천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연구팀은 7개 커피전문점을 선정해 20~30대 2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러한 분석을 내놓았다. 응답자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스타벅스(40.4%)였다. 2위 커피빈(14.3%)에 견줘 3배 이상 높았다. 소득은 100만원 미만의 소득이 낮은 층위가 가장 많았다.

가성비 따지는 소비자들의 커피전문점 역선택을 보여주는 조사는 또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12월 매출 기준 상위 7개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가격 적정성’ 항목이 평균 2.91점(5점 만점)으로 가장 낮았다. 스타벅스는 이 분야에서 2.61점으로 가장 낮았다. 엔제리너스(2.73점), 카페베네(2.80점)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가격 만족도가 가장 낮았던 스타벅스는 직원 서비스, 매장접근성 등을 합친 종합 만족도는 3.78점으로 가장 높았다.

따라서 편의점 커피 구매자들은 커피의 품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오전이나 식후에 간편하게 커피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편의점 도시락이 끼니를 때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가성비 있고 재미있다는 이미지로 바뀐 것과는 차이가 있다. 관련 트래픽양도 적다. 다음 소셜메트릭스 분석을 보면, 최근 한달간 편의점 커피와 관련돼 올라온 트위터와 블로그의 건수는 각각 513건, 167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편의점 도시락 관련된 트위터와 블로그 건수는 2405건과 732건으로 4.6배나 많았다. ‘편도족’이라는 말은 있어도 ‘편커족’이라는 말이 나오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처럼 보인다.

글·사진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