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와 만납시다] 찍을 거예요? 안 찍을 거예요?..졸업사진이 묻습니다

김동환 2017. 2.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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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거울을 보며 졸업모자를 고쳐 쓴 주다물(27)씨는 조심스레 의자에 앉았다.

인도어과를 졸업한 주씨는 학교가 마련해준 졸업앨범을 찍지 않았다고 했다.

주씨는 "대학 졸업은 일생에 한 번"이라며 "사진을 (따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주씨는 이 사진에 졸업식날의 감정을 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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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거울을 보며 졸업모자를 고쳐 쓴 주다물(27)씨는 조심스레 의자에 앉았다. 정면으로 보이는 카메라 확인용 모니터에 주씨의 얼굴이 비쳤다. 검은 졸업모자와 배경이 잘 어울렸다. 밝은 얼굴에서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설렘과 기대감도 엿보인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17일 ‘2016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동대문구 이문로 소재)는 가족, 지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졸업생들로 가득했다.

지난 37년간 정문 근처에서 국일사진관을 운영해온 채남식(65)씨는 몇 차례 카메라를 더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주씨의 부모가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도어과를 졸업한 주씨는 학교가 마련해준 졸업앨범을 찍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벽에 걸어둘 개인사진을 촬영하러 사진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주씨는 “대학 졸업은 일생에 한 번”이라며 “사진을 (따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주씨 가족의 뒤를 바로 이어 한 여학생을 포함한 일가족 다섯명이 사진관에 들어섰다. 이 여학생은 전날 가족사진 촬영을 문의한 뒤 부모, 오빠, 동생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주씨는 이 사진에 졸업식날의 감정을 담았다고 했다. '나만의 졸업식 기분'이 사진에 녹아들었다고 봤다. 동기들을 만나고, 교수를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드리면서 새로운 마음을 다지게 됐다던 그는 나중에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이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를 졸업한 주다물(27)씨는 학교 졸업앨범을 찍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그는 벽에 걸어둘 개인사진을 촬영하러 17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소재 학교 인근 사진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주씨는 “대학 졸업은 일생에 한 번”이라며 “사진을 (따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은 뒤 주씨는 셀피(selfie·자가촬영사진)를 위해 한번 더 포즈를 취했다.



주씨처럼 개인촬영으로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졸업식을 기념하는 이도 있지만, 대학 졸업 자체를 중요히 여기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학위수여식은 '남의 이야기'며, 아르바이트나 취업 준비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이들의 사연은 종종 접할 수 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모(26)씨도 졸업사진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학위수여식에도 가지 않았다.

전과시험으로 전공을 바꿨던 김씨에게 대학은 앞길을 위한 발판일 뿐이다. 기념사진을 찍을 만큼 애정을 느낀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학원강사인 그는 수업 준비 때문에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 졸업앨범도 찍지 않았고, 졸업장은 나중에 학교에서 따로 찾을 생각이라고 했다.

국일사진관 주인 채씨는 졸업식장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해마다 졸업식을 통해 한 해가 오가는 게 느껴졌다던 그는 “예전에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관까지 동원됐지만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며 “그만큼 (졸업식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채씨는 “취업문제가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며 “면목이 없어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가 갈수록 한산해지는 졸업식 풍경에는 우리 시대의 우울한 사회현상이 반영되어 있다는 게 채씨의 생각이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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