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용, 2015·2016년 박 대통령 독대 때 구체적 대가 요구

유희곤 기자 입력 2017. 2. 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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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영장 발부 ‘결정타’ 된 안종범의 또 다른 수첩 39권

특검 사무실 앞 손팻말 응원하는 시민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특검을 응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법원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는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된 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의 수첩 39권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검은 이 수첩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한 정황을 확인했다. 법원은 “박 대통령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삼성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 기소)를 지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특검이 설 연휴 직전 안 전 수석 측근인 김모 보좌관을 통해 확보한 안 전 수석 수첩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한 박 대통령의 지시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처음으로 독대했는데, 당시 박 대통령은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후이자 박 대통령이 승마훈련 지원을 신경 써달라고 했던 2015년 7월25일, 미르(2015년 10월)와 K스포츠(2016년 1월) 재단이 출범한 이후이자 박 대통령이 장시호씨(38·구속 기소)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계획안을 전달한 2016년 2월15일에는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독대가 있었다.

특검은 두 번째 독대부터 이 부회장이 구체적 요구사항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단서를 안 전 수석 수첩에서 찾아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물산 주식 규모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변경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에 유리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시기별로 이 부회장에게 필요했던 정부 특혜가 단어 형식으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삼성은 당시 각 사안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은 해당 제도나 정책의 위법성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 지시로 공무원에게 주어진 자율적 정책 판단 권한이 침해된 점을 토대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범죄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상당히 중요한 증거자료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특검은 삼성그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도 이 부회장을 위해 지출됐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삼성그룹의 두 재단 출연금을 이 부회장 횡령 혐의에 새로 포함시키면서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데도 계열사가 아닌 본인 이익을 위해 법인 자금을 임의로 지출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눈 감은 박상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장이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차 안에서 눈을 감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본 특검 주장도 받아들였다. 이날 영장심사를 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 부회장과 함께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장(63·대한승마협회장)의 구속영장을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박 사장은 실무역할을 했을 뿐 이 부회장이 주범이라고 본 것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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