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떠돌았는데, 어디로 가라는 말입니까"
[경향신문] ㆍ미 대사관 앞 트럼프 난민정책 항의 시위 이집트인 이마드
ㆍ5월 이후엔 한국 떠나야 할 판
ㆍ“이집트 돌아가면 나는 죽을 것”
“난민으로 살며 10년 동안 떠돌았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만난 이집트인 이마드 살리만 마카리(44)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이마드는 이날 미 트럼프 정부의 난민정책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마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당신은 대통령에서 해고야” “순수한 난민에 대한 학살을 중지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손팻말을 들었다.
이마드는 “이집트인은 미국 입국금지 국민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국적과 상관없이 난민은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이슬람 7개국 국민의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철회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콥트교 신자인 이마드는 이집트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다 2007년 태국으로 도피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2012년 한국에 입국해 3차례 난민 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박해를 증명하는 서류가 없다는 이유였다.
지난 3일 이마드는 오는 3월5일까지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5월3일까지 출국이 유예됐다.
이마드의 오른쪽 뺨과 왼쪽 어깨에는 칼에 베인 흉터가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급진주의 이슬람단체 ‘무슬림 형제단’에 폭행을 당해 생긴 흉터다. 이마드는 “이집트로 돌아가면 나는 죽는다. 행정소송마저 기각당하면 갈 곳이 없다.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의 아내(40)와 딸(8)은 태국에 있다.
한국은 1992년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2013년 7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난민 신청자 1만6979명 중 588명(3.4%)만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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