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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서..돈 내고 멍 때리러 가요

권란 기자 입력 2017.02.17 21:35 수정 2017.02.17 22: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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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말 간절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불현듯 이런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넋을 잃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시쳇말로 '멍 때리기'를 돈 내고 경험해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권란 기자가 가서 하룻밤 멍때리고 왔습니다.

<기자>

하루 일과를 끝내고 산골 명상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느지막이 도착하니 바로 저녁 식사 시간.

한창 밥을 먹는데 난데없이 종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나면 음식을 씹다가도, 수저를 들었다가도 멈춰야 합니다.

이곳의 식사 규칙이랍니다.

10초쯤 뒤 종이 울리면 다시 밥을 먹습니다.

이렇게 밥 먹는 동안 3번 종이 울리는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10초의 짧은 멈춤 동안 입안에만 머물던 음식의 맛과 향이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 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특별한 교육이나 강의 같은 건 없습니다.

스마트폰 제한도 없는데 여기까지 와서 굳이 써야 되나 그런 생각이 들 뿐입니다.

멍 배지를 단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

이게 규칙의 전부입니다.

식사 후에 별달리 할 건 없고 하늘을 바라보며 멍을 때려봅니다.

[모든 생각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고요. 조금씩 잡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평소 같았으면 부담이나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졌을 텐데, 이곳에서는 이게 내가 해야 할 일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참가자들과 함께 산책에 나섭니다.

걷다가 징 소리가 나면 발길을 멈춥니다.

침묵이 찾아오고, 바람 소리, 또 낙엽 소리가 들립니다.

산책 뒤,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멍을 때립니다.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석병선/'멍 때리기' 참여자 : (그냥 쉬는 거랑 좀 달라요?) 예, 달라요, 달라요. (멍 때리기는) 뭔가 필터로 거른 듯한, 안 좋은 찌꺼기들을 걸러내고 깨끗한 물이 되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멍 때리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고도원/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 형식을 초월한 최고의 명상,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의학용어인데, 뇌를 휴식시키는 순간, 뇌를 쥐어짜고 궁리하고 했을 때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은 영감과 지혜가 솟구친다는 거죠.]

[이승호/'멍 때리기' 참여자 : '멍 때리기'는 그런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나로 향하는 여행?]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하성원)  

권란 기자jiin@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