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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동리 아들은 왜 朴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했나?

입력 2017.02.17 20: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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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모 정치부 기자)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이어 또 한명의 원로 법조인이 헌재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돕겠다고 나섰다. 김평우(72)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다.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6일 “김평우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등신불> <무녀도>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동리 선생(1913~1995년)의 아들이다. 1945년 태어난 그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수석졸업했다. 군 법무관을 거쳐 1972~1979년까지 판사로 일하다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법복을 벗고 2006년까지 변호사로 일했다. 현대증권 부사장과 서강대 법대 교수 등을 역임하고 2009~2011년까지 45대 대한변협 회장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대학시절 문학회 동아리 활동을 했다. 작품회에 시를 발표하게 됐다. 마감시간이 임박하도록 시를 쓰지 못해 결국 아버님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김동리 선생은 아들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시를 하나 지어줬다. “봄이 왔다. 진달래는 화알짝. 개구리는 퍼얼쩍. 봄이 왔구나.” 달랑 네줄짜리였다. 김 변호사는 “아버님, 이건 동요 잖아요”라며 난색을 표하자, 김동리 선생은 “깊은 내용의 시란다. 한번 발표해보거라”고 했다. 그는 시화전에서 자신의 시를 보고 여학생들이 낄낄그려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엄상익 변호사가 선배 김평우씨와 나눈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

김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탄핵을 탄핵한다>란 책을 출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책 표지에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임기말 단임제 대통령 쫓아내기’가 부끄럽지 않나?”고 적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내던 중 최순실 사건을 접한 그는 “우리나라 정치, 언론, 법조, 국민이 모두 법치주의와 정반대 방향으로 마구 치달려 가는 것을 보고 법조인으로 침묵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느 언론도 나의 글을 실어주지 않았다. 다행히 조갑제닷컴에서 글을 실어주기 시작해 “마치 우리 선조들이 일제 때 독립운동한 심정으로 매일 같이 썼고 이 글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귀국했다. 지난 4일 토요일 태극기집회 연사로 나섰다. “여러분, 제가 왜 LA에서 골프를 치다가 귀국했는지 아십니까? 추운 날씨에 나이 들고 힘 없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것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골프를 칠 수가 없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귀국후에 정기승 전 대법관, 이시윤·김문희 전 헌법재판관 등 원로 법조인 9명과 함께 일간지에 탄핵반대 광고를 냈다.

김 변호사는 책에서 “이번 탄핵소추는 헌법상의 적법절차에 맞지 않는 위헌, 위법의 탄핵소추이며 탄핵소추장에 적힌 내용들은 법리에도 맞지 않고 적법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순전히 쓰레기 언론 보도와 정권 찬탈의 야욕에 사로잡힌 당쟁정치인들의 일방적인 심증뿐”이라며 “뒤늦게 특검을 시켜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 들여 억지 자백을 받아내서 그걸 가지고 헌재에 이미 제출된 탄핵소추장을 고쳐서 억지 탄핵심판을 끌어내려고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최순실이라는 나쁜 친구를 두었기 때문에, 국민과 소통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재판이 길어지면 나라가 시끄럽기 때문에 인간 박근혜가 무조건 죽어 주어야 한다는 야만적이고, 잔인한, 비인도적, 비인간적 논리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탄핵반대 이유를 설명한다.

김 변호사는 태극기집회 등에서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기꺼이 그 요청을 받아들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가 위헌, 위법의 탄핵소추의 억울한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법정에 나가 그를 변호하는 것이 변호사인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박 대통령은 김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박 대통령측은 김 변호사의 대리인단 합류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관계자는 “헌재 변론에도 직접 나가 변론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의 합류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16명으로 늘어났다.

헌법재판소가 이정미 재판관(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동리 선생이 아들, 김평우 변호사에게 지어준 시 구절처럼 박 대통령에게도 봄이 올지, 청와대에 진달래가 화알짝 펴고, 개구리가 퍼얼쩍 뛰는 것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끝)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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