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박재찬] 기도해 드릴까요

2017. 2. 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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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영역, 교회 울타리 넘어.. 국가조찬기도회 권위 되찾길

이승만 목사(1931∼2015) 이야기다. 1950년 12월 3일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열아홉 살의 승만은 평양 보통강 근처 서성리 집에서 어머니와 네 명의 여동생을 눈앞에 두고서 발길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중공군이 넘어오기 시작하자 승만의 어머니 김송희 여사가 장·차남인 승만과 그의 동생 승규를 남쪽으로 피신시키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승만은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여자들만 놔두고 떠나는 게 장남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용기를 내 이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한마디 덕분이었다.

“기도 속에서 만나자꾸나. 우리는 서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지 않으냐.”

승만 형제는 그날 이후로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기도 속에서 만나자”며 어머니가 유언처럼 남긴 한마디는 평생 그를 따라다녔고, ‘기도 속에서 만나자’는 제목의 자서전까지 남겼다. 한평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위로를 받으며 소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그의 버팀목은 분명 기도였을 것이다.

“기도해 드릴까요” “기도 좀 해줘” “기도해 줘서 고마워” …. 크리스천들은 기도의 힘을 믿기에 이런 대화가 지극히 자연스럽다. 기도의 영역이 이젠 교회 울타리를 넘는 것일까.

3년여 전부터 세브란스병원은 ‘기도로 함께하는 의사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환자와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수술 대기실에 들어서면 원목실 교역자가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또 마취나 수술 전에 환자가 요청만 하면 종교와 관계없이 미리 준비한 기도문으로 기도해준다.

흥미로운 건 “기도해 드릴까요”라는 제안을 거절하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도받고 나서는 안도감을 느끼거나 편안한 마음을 지닐 수 있었다는 고백이 많다고 한다. 크리스천들이 믿는 기도의 능력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아픔에서 놓이도록 마음을 모으겠다’는 표현만으로도 환자는 힘을 얻는 것이다.

병을 앓거나 신앙이 없는 이들이라면 김의신(76) 박사 얘기에 귀가 솔깃할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의 암 전문병원인 미국 텍사스주립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30년 넘게 몸담은 그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몇 년 전 만난 김 박사는 이런 불평을 토로한 적이 있다. “여러 언론들과 만나서 신앙이나 기도 얘기를 아무리 많이 해도 기사에는 다 빠지더라. 국민일보에는 실릴 수 있나.” 그와 대화하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어는 ‘기도’ ‘기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남을 위한 기도로 일컬어지는 중보기도의 힘은 강력했다. 200∼500명 정도 되는 교회 내 중보기도팀원들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암 환자를 위해 6개월에서 1년간 기도를 하게 했다. 암 환자 본인은 모르게 진행했는데, 중보기도를 받은 암 환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료 효과가 월등히 높았다.

교회 성가대원(찬양대원)이 일반인보다 면역세포가 1000배나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그는 언급했다. 보통 ‘곡조를 붙인 기도’를 찬양이라고 부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기도의 힘으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다.

다음달 2일 열리는 제49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역대 초유의 일을 준비 중이다. 탄핵심판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하는 기도회에 국내외 한인 크리스천들이 각자 처소에서 함께 기도하는 순서를 마련 중이다. 한날한시에 공동기도문을 함께 낭독하며 나라를 위해 마음을 모은다는 것이다. 국가조찬기도회장인 채의숭 장로가 매일 저녁 두세 시간씩 북한산 등산로를 오르내리며 기도로 준비한 일이라고 하니 범상치 않다. 그 또한 기도의 기적을 숱하게 체험한 신앙인이기 때문이다.

올해 조찬기도회가 대통령 없이 치러진다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매년 ‘용비어천가’를 부르다 구설에 오르내렸던 조찬기도회가 진정한 권위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기도의 힘이 세 보이기 때문이다. 박재찬 종교부 차장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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