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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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크레인 54기..불야성 이루던 야적장엔 적막뿐

김광수 입력 2017.02.17 17:56 수정 2017.02.17 22: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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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진해운 모항 부산신항 3부두 가보니

2006년 개항뒤 한때 24시간 북적
3부두 물동량 60%가 한진해운 몫
지금은 반토막..야적률 40% 그쳐
야외작업실엔 노동자 한 명 없어

직원들 절반이 새 일자리 못찾아
대금 못받은 하청업체 5곳 철수
비대위 "파산과정 국정조사하라"

[한겨레]

한진해운의 모항인 부산신항 3부두에 크레인들만 있고 하역 노동자 등은 없다.

“예전엔 24시간 북적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이 한진해운 파산 선고를 한 17일, 부산신항 3부두를 안내하는 직원은 “부산신항의 5개 부두 가운데 4개 부두는 평소와 다름없이 활발한데 이곳 3부두만 한산하다. 이런 모습은 벌써 여러 달 됐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부산신항 3부두는 2006년 개장한 부산신항 북쪽에 있다. 한진해운 등 4개 선사가 3부두를 임대해 사용한다. 개장 초기부터 밤낮으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선박들이 드나들었다. 한진해운은 3부두 물동량의 60%를 차지하며 부산신항을 이끌었다. 3부두는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모항 구실을 했다.

3부두는 몇년 전부터 세계 해운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한 한진해운이 지난해 9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위기는 정점에 이르렀다.

부산신항 3부두가 평일 낮인데도 텅 비어 있다. 왼쪽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6~7단까지 쌓여야 정상이지만 3~4단만 있다. 오른쪽 부두엔 2만TEU급 3척이 동시에 댈 수가 있지만 1척만 있다.

17일 오전 둘러본 부산신항 3부두는 너무 조용했다. 닻을 내리고 부두에 접안한 선박의 컨테이너를 육지 쪽으로 옮기는 높이 50여m의 안벽크레인 12기와 안벽크레인으로 옮긴 컨테이너를 땅에 내려놓는 야드크레인 42기 대다수는 멈춰 있었다. 하역작업 노동자로 붐비고 크레인이 바쁘게 오가야 할 야외 작업실에는 노동자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지난 10년 동안 밤낮으로 불을 밝히며 ‘해양강국 한국’을 이끌었던 부두가 맞나 의문이 들었다.

부두 이용률도 뚝 떨어졌다. 2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실은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부두엔 컨테이너를 선적한 배 1척만 정박해 있었다. 한진해운의 배가 아니었다. 부두에 배를 대기 위해 선박들이 바다 위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부산신항 3부두 옆 야적장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6만8000개를 둘 수 있지만 지금은 3만개도 되지 않는다. 야적장이 부족해 6단까지 쌓았던 컨테이너는 1~4단에 그치고 일부 야적장은 비어 있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 평균 5만8000여개의 컨테이너가 야적장에 있었는데 지금은 야적률이 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산신항 3부두 옆의 야적장 일부가 비어 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비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진해운 파산은 무더기 실직을 불러왔다. 부산신항 3부두 한진해운 노동자 388명 가운데 절반은 다른 선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나머지는 아직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하역을 하던 12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선박 수리, 세척, 줄잡이, 화물 고박(고정해 묶기), 식수 공급 등을 하던 하청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미 부산신항 3부두 앞 건물에 입주했던 한진해운 하청업체 13곳 가운데 5곳이 철수했다. 선박수리·세척대금 등을 못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부산신항 3부두의 모습. 왼쪽 컨테이너 안에는 물품이 없는 채로 방치돼 있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30개 시민단체가 꾸린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부산 중구 마린센터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세계 7위의 선사를 살리기는커녕 청산 절차 결정을 내려 부산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한진해운 파산 과정을 밝혀내야 한다. 정부는 해운과 조선 관련 정책 조직을 일원화하고 강력한 국적선사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라. 한진해운 파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체에 대한 특별 지원과 실직자들의 재취업 대책을 세워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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