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 & Life] 책 빨리 읽는다고 칭찬말고, 한권을 여러번 읽게해야

강봉진 2017. 2.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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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자녀를 위한 독서교육

올해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독서교육이 강조된다. 모든 초·중·고등학생들은 매 학기 국어 수업 시간에 책 한 권을 읽고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를 아우르는 통합 독서교육을 받게 된다. 자녀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강요는 오히려 자녀가 책을 싫어하게 만들 수 있다. 독서토론 프로그램 '솔루니'를 운영하는 교육기업 대교의 도움을 받아 피해야 할 독서법과 올바른 독서법에 대해 알아봤다.

권장도서·베스트셀러 맹신하지 말자

해당 학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란 없다. 보통 아이의 읽기 능력이나 관심 분야를 잘 모르다 보니 추천도서 목록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추천도서는 어디까지나 참고 목록일 뿐 필독서가 아니다.

보통 추천도서 목록에는 학년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책들이 있기 마련이다. 읽기 수준이 높은 아이도 참고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의 수준과 무관하게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 믿고 안겨주다 보니 아이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학년 권장도서는 참고하되, 그 책이 아이의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아이의 읽기 능력과 맞는지 확인한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서점에 갔을 때, 눈에 많이 띄고 손이 가는 것은 베스트셀러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는 가장 좋은 책이 아니라 많이 팔린 책일 뿐이다. 이런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스테디셀러로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시대를 넘어 지속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므로 질이 떨어질 확률이 낮고, 기성세대와 현세대를 이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책은 한 번 읽어서는 내용을 모두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매번 새로운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어지러울 수 있다. 처음 읽을 때 큰 스토리를 파악하고 언뜻 지나친 내용을 반복 독서를 통해 복습한다. 아이가 반복해서 듣기 원하는 책을 계속 읽어주는 것은 내용을 깊이 이해하도록 격려하는 좋은 방법이다.

'많이·혼자·빨리'가 능사는 아니다

책 읽는 것은 좋은 활동이니 무조건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에게 책 읽기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활동이다. 아이가 하루 10권의 그림책을 보는 것은 어른이 하루 10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이런 독서는 겉핥기식에 머물기 십상이다. 많이 읽어주기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정서와 교감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많은 부모가 쾌재를 부르며 책 읽어주기를 그만둔다. 그러나 읽기 독립과 책 읽어주기는 별개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읽어주기는 아이와 원활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또한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스스로 읽을 때보다 더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 독서 편식이 심한 아이의 경우 읽지 않는 분야의 책을 부모가 읽어주면 좋다. 아이 스스로 꺼내보지 않지만 부모가 읽어주면 잘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진공청소기처럼 책을 빨아들이는 아이를 부러워한다. 책을 빨리 많이 읽으면 칭찬해주는 학교의 분위기가 이런 독서를 부추긴다. 그러나 책을 흡입하듯 읽어치우는 아이는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책장을 덮어버린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책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진다.

자녀 질문에 즉답하지 말자

소리내지 않고 읽을 수 있더라도 초등학교 저학년은 꾸준히 책을 소리내 읽는 것이 좋다. 소리내 읽으면 일단 집중력이 좋아진다. 눈뿐 아니라 입과 귀 등을 모두 동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리내 읽다 보면 아이가 단어를 빼먹고 읽지 않는지, 정확한 단어의 발음을 알고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다. 자신감이나 발표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가 소리내 읽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부모가 한 문장을 읽은 후 아이가 똑같이 그 문장을 소리내 읽는 방법으로 끊어 읽기나 정확한 발음을 가르쳐 보자.

정독은 독서법으로 각광받지만 모든 책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책에 따라, 읽기 목적에 따라 읽기 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할 수 있는 책은 거실이나 화장실에 두고 볼 수 있고, 목차를 본 뒤 읽고 싶은 것부터 읽을 수 있는 책, 사진이나 그림 등 시각자료가 많은 책은 언제든지 책장을 펼쳤다 덮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동을 주고 공감능력을 길러주는 문학작품은 시간을 들여 정독한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미취학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질문할 때, 그때마다 친절하게 대답할 필요는 없다. '이게 뭐야?' 정도의 정의적 질문에는 짧게 답해 주지만 '강아지가 왜 이런 거야?' '문수는 어디로 갔어?' 등의 추리적인 질문에는 정확하고 친절한 대답보다 되묻거나 맞장구치는 질문이 아이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다음 "문수는 욕심 부렸으니까 벌을 받아야 해"와 같이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끝맺음을 하는 부모가 많다. 이 경우 아이의 생각은 부모의 생각에서 멈춰버린다. 그보다 '문수는 왜 욕심을 부렸을까?' '네가 문수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는 식으로 아이 스스로 책과 등장인물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좋은 접근법이다.

책을 읽어준 뒤 바로 아이에게 책 내용을 질문하는 부모가 많다. 특히 책의 줄거리를 물어보는 내용 확인용 단답형 질문은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주지 못할뿐더러 아이가 책 읽는 것을 시험처럼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읽은 책은 모두 독서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결과물에 집착하기보다 책 읽는 과정에서 충분한 상호작용을 해서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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