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독립? 님비(NIMBY)부터 해결해야 가능하다"

강일용 입력 2017. 2.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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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특정 기업에 종속된 기존 문서 환경(MS 오피스, 한컴 오피스) 대신 모두에게 개방된 개방형 문서 환경(ODF, PDF)을 도입하자고 해놓고, 정작 이러한 지시를 담은 공문을 특정 기업의 문서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개방형 문서 형식이 자리잡으려면 이처럼 조금 불편하다고 기존의 문서 형식을 찾는 '님비(NIMBY, 공공의 이익에는 찬성하면서 정작 자신이 손해를 봐야 할 경우 이를 반대하는 사회현상)'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난 8일 열린 전자문서 표준화 관련 세미나에서 ISO TC171(문서관리응용 국제표준기구) 국내전문위원회 위원인 양광완 유니닥스 상무가 한 말이다. 양 위원이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국내 문서 환경은 마이크로소프트(MS), 한컴 등 특정 기업의 문서 형식(doc, xls, ppt, hwp)에 종속되어 있다. 점유율은 집계 업체에 따라 7:3에서 8:2 정도로 차이나지만, 두 업체가 국내 문서 환경을 과점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못할 현실이다. 이렇게 특정 문서 형식이 국가 문서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두 업체의 정책 결정에 따라 국가의 문서 환경 전체가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두 업체가 특정 기능을 구형 문서 프로그램에서 이용하지 못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나라 전체가 울며 겨자먹기로 이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렇게 특정 업체의 결정에 국가 문서 환경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 프랑스, 폴란드, 체코 등 30여개국은 개방형 문서 환경을 이용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국내 정부 기관 역시 개방형 문서 환경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관공서의 공문 대부분이 한컴의 문서 형식으로, 기업의 업무 문서 대부분이 MS의 문서 형식으로 작성되고 있다. 양 위원은 이러한 현실을 '님비' 현상에 빗대어 꼬집었다. 정부가 입으론 개방형 문서 환경을 외치면서 손은 여전히 익숙한 특정 업체의 문서 환경을 찾는다는 지적이다.

PDF, DOC

개방형 문서 환경의 핵심? 편집 및 유통은 ODF, 문서 보관은 PDF

전자문서 표준화 관련 세미나에서 양 위원은 전자문서 국제 표준 현황과 주요 이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양 위원의 발표를 간략히 요약한 것이다.

"전자문서 표준화란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나 문서를 읽고, 검색하고,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최초 생산자가 문서에 의도한 바를 훼손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문서를 생산하면서 이러한 점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동화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전자문서 표준화다."

"전자문서를 표준화하려면 채택된 문서 형식의 호환성이 뛰어나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누구에게나 문서 형식이 공개되어 있는 개방형 문서 환경이 전자문서 표준화의 포맷으로 적합하다. 한글 문서도 문서 형식은 공개되어 있지만, 공개에 미비한 점이 있어 문서 프로그램끼리 정확히 호환되지 않는다."

"정부는 개방형 문서 환경을 도입해서 지속적으로 국내 문서 환경을 위한 공공성, 지속성, 보존성, 보안성을 강구해야 한다."

유니닥스 양광안 상무

<양광완 ISO TC171 국내전문위원회 위원>

"국내에서 전자문서 표준을 확립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전자문서 정책을 이끄는 정부 부처가 없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인지 국가기록원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사안에 맞춰 특정 부처가 몇 가지 정책을 내놓는 것이 전부다."

"MS나 한컴의 문서 형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OOXML, HWP 등 MS, 한컴의 문서 형식도 국제 표준 문서 형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 표준 문서 형식은 라이선스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반면 ODF, PDF와 같은 공개 표준 문서는 라이선스 비용을 필요로하지 않는다. 공개 표준 문서를 정의하고 관리하기 위한 곳이 바로 국제표준화기구 내의 정보기술에 관한 ISO/IEC 합동 기술 위원회다."

"전자문서 비표준화는 사용자들에게 크게 4가지 불편한 점을 야기한다. 첫 번째로 사용자들이 문서 형식을 선택할 때 혼동과 불편함을 초래한다. 두 번째로 정보교환과 처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기업과 사용자의 문서 이용 비용이 늘어난다. 세 번째로 특정 비표준 문서 형식에 시장이 종속됨에 따라 독과점 형상이 발생하고 IT 생태계가 왜곡된다. 네 번째로 IT 시장의 경쟁이 둔화되고, 이에 따라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

"당연히 정부로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문서 환경에 개방형 문서 형식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HTML 기반의 문서 편집기를 만든 것이다. HTML 기반으로 문서를 편집하고, 생성한 문서를 ODT(ODF 문서 형식 가운데 일반 텍스트를 저장하는 형식, doc에 대응된다)로 저장하는 편집기다. 또한 보관용 문서를 PDF로 저장하고 유통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렇게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개방형 문서 환경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문서 편집 및 유통은 ODF로, 문서 보관은 PDF로 진행된다. 프랑스나 일부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HTML을 활용해 문서 편집 및 보관을 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나, 스타일 시트 정의에 따라 문서 내용이 다르게 보이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문서 유통 및 보관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ODF의 경우 지난 2010년 기준 전 세계 30여개국이 이용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폴란드, 체코의 경우 전체 문서의 20~30%가 ODF로 생성되서 유통되고 있다. 지난 1985년 등장한 ODF는 30년 동안 많은 참여자들의 기여로 발전해왔다. OOXML, HTML, PDF 등 다른 개방형 문서 형식과 비교해 결코 뒤질 것이 없다."

"문서 편집 및 유통은 OOXML과 ODF가 경쟁하고 있으나, 문서 보관은 PDF로 통일되는 추세다. PDF 자체가 문서 보관 및 정리에 특화된 문서 형식이기 때문이다. PDF는 지난 93년 어도비가 개발한 문서 형식이다. 그러나 현재 PDF 문서의 소유권은 어도비가 아니라 국제 표준화 기구가 가지고 있다. 때문에 누구나 PDF 문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9월 국제 표준화 기구는 PDF 2.0 형식을 공개했다. PDF 문서 사실 단일 형식이 아니다. 현재 18종의 문서로 구성되어 있다. PDF 1.0에서 2.0까지 9종, 출판에 특화된 형식이 4종, 보존을 위한 PDF-A 형식이 3종(이 가운데 PDF-A1만 국가 표준으로 채택된 상태), 엔지니어링을 위한 PDF-E 형식이 1종, UA(유니버설 액세스빌리티)를 위한 PDF가 1종 등 총 18가지 PDF 문서 형식이 존재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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