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통신문 日학원..'아베 기념 초등학교' 기부금 모금

김혜경 2017. 2. 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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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 오사카의 한 유치원이 '사악한 재일한국인·중국인'이라고 적힌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유치원이 소속된 학교법인이 극우적 색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유치원은 오사카의 학교법인 모리토모(森友)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塚本) 유치원으로, 작년 12월 혐한 내용이 적힌 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배포했다. 이 유치원은 최근 오사카부의 조사에서 통신문 배포 사실을 인정했다.

이 유치원은 원생들에게 '교육칙어'를 낭독하게 하는 '애국 유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칙어란 태평양 전쟁 이전의 일본 교육의 기본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중대 사태가 발생하면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받치라고 교육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일제의 본격 침략기인 1930~40년대에는 군국주의 교육용으로 사용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인 1948년 폐지됐다.

'애국 유치원'에 이어 유치원이 소속된 모리토모 학원이 오는 4월 오사카 도요나카(豊中)시에 개교 예정인 초등학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초등학교의 공식명은 '미즈호(瑞穂)의 나라 기념 초등학교'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恵)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올라있다.

그런데 이 학교가 오사카로부터 불투명한 경위로 학교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모리토모 학원이 이 초등학교 건설을 위한 기부금 모금을 위한 납입용지에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赤旗)는 17일 모리토모 학교 이사장인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기부금 모금 용지에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라고 기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012년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에 아키에 여사를 통해 학교 이름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짓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으며, 아베 총리가 비공식적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리토모 학원은 기부금 납입용지에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해 배포했다고 가고이케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오른 이후에는 그러한 기부금 용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용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9월 당 총재 경선을 통해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 취임했고, 같은 해 12월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승리로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나 쓰카모토 유치원의 한 학부모는 모리토모 학원이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 기부금 용지를 돌린 것은 2014년이라고 일본 일간 겐다이와의 취재에서 밝혔다. 가고이케 이사장의 주장과 다른 것이다.

이 초등학교는 올해 학교 안내책자에서 '교육 요점'으로 "교육칙어 낭독 및 해석에 의한 일본인 정신 육성"이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교육칙어 낭독에 대해 "교육칙어적 정신은 아주 옛날 선조들의 생각이다"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가고이케는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일 뿐 아니라 일본의 대표적 우익 단체인 '일본회의'의 오사카부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쓰카모토 유치원 홈페이지에 "일본민족을 위한 일본민족의 헌법을 만들어, 민족성을 강하게 내세우는 진성·보수의 부상이 시급하다"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아카하타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베 정권은 역사의 키포인트를 쥐고 있는 중요한 정권"이라며 아베 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반복해 강조했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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