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표 근절' 제주의 무모한(?) 도전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2017. 2.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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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를 응원하고 있는 제주 홈팬들. 제주 제공
무료 티켓을 신고하면 포상금 100만원을 주겠다고 공지한 제주 구단.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삼다(三多)의 섬 제주도.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 제주도에 또 많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공짜표다. 수많은 관광 명소에 다양한 관광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몰려있다 보니 할인 티켓과 공짜표가 넘쳐난다. 자연스레 제주도에는 ‘티켓이 있는 곳엔 공짜표도 존재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관광지 제주도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도내 유일의 프로스프츠 구단인 제주 유나이티드는 유료 관증 증가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제주의 2016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은 5688명.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8위였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유료관중은 2357명에 불과했다. 유료비율은 41%로 광주FC와 함께 리그 최하위였다. 홈 경기장이 ‘빅마켓’ 제주시가 아닌 서귀포시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제주 구단은 그동안 적지 않은 무료 초대권을 배포했다.

이런 제주가 2017시즌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환경적·지리적 어려움 속에서도 무료관중 전면 폐지를 선언한 ‘리얼 오렌지(Real Orange) 12’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주는 입도 12년째인 올해 연간회원 1만2000명을 모으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지난달부터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는 더이상 공짜 초대권으로는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6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는 올 시즌을 적기라고 판단했다. 대대적인 선수 보강으로 경기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만큼 질 높은 마케팅으로 유료 관중의 눈높이를 맞추려 한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올 시즌 홈팬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제주는 16일 구단 캐릭터로 ‘감규리 패밀리’를 선보이며 홈팬과 소통에 나섰다.

제주는 시즌 VIP 회원들에게 조성환 감독 및 선수단과 함께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경기전 베스트11 선수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었다.

제주의 공짜표 근절은 말로 그치지 않는다. 무료 티켓 배포나 취득 사실을 구단에 신고하면 포상금 100만원을 줄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수단 가족도, 구단 관계자 가족도 이젠 모두 돈을 내고 관람해야 한다. 조성환 감독도 직접 연간회원 티켓을 구매했다.

제주는 공짜표 폐지로 당장은 관중 감소가 이어지더라도 올 시즌을 기점으로 진정한 프로팀으로 새롭게 탄생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제주 장석수 대표이사는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상 관중몰이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좋은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으로 제주도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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