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이재용 영장 발부..삼성 총수 첫 구속

김정필 2017. 2. 1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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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지원 총괄 실행한 박상진 사장은 기각
박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입증 한결 수월 전망

[한겨레]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법원으로 가기 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17일 구속했다. 지난달 19일 새벽 1차 구속영장 기각으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뇌물죄 수사의 기로에 섰던 특검팀은 구속영장 재청구라는 정면돌파 카드를 꺼낸 끝에 1차 수사기간 만료(2월28일)를 열흘가량 앞두고 기사회생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범죄 소명이 법원 구속영장 심사단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된 만큼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5시36분 발부했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구금돼 있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수용 절차를 밟아 수감됐다. 삼성그룹 총수 중 구속된 건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직간접 지시를 받아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독일 승마훈련비 지원 실무를 총괄한 박상진(64) 삼성전자 사장의 구속영장은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검팀은 전날 법원에서 7시간30분 동안 열린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양재식(51·사법연수원 21기) 특검보와 윤석열(57·23기) 수사팀장과 한동훈(44·27기) 부장검사까지 참여시키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다시 한번 기각될 경우 특검팀의 가장 핵심 수사 대상인 박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의 기초 공사 하단부가 그대로 허물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이 부회장 쪽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법원이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판단을 달리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특검팀이 지난해 9~10월 최씨의 국정농단이 언론에 보도된 뒤 이 부회장 쪽이 최씨를 우회적으로 계속 지원하고 양쪽의 계약 내용을 은폐하기로 합의한 추가 물증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검팀은 박 사장과 함께 독일에서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 업무를 담당한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겸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의 전자우편에서 지난해 10월 최씨와 맺은 비밀 계약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이 부회장 쪽이 최씨와의 관계를 은폐하려고 2015년 8월 최씨와 맺은 정씨 승마훈련 지원 계약을 파기하고 비밀리에 3자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새로운 지원을 약정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쪽이 당시 수십억원에 이르는 말 ‘블라디미르’를 최씨에게 사주고 이를 숨기기로 한 흔적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이런 증거들을 제시한 뒤 ‘이 부회장 쪽이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돈을 빼앗긴 피해자라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주려 하거나 최씨와의 관계를 은폐하려 할 이유가 없다’며 뇌물죄의 정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실무를 총괄한 박 사장의 구속영장이 동시에 청구되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이 높아진 측면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이 부회장은 앞선 특검팀의 두차례 조사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최씨 지원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고,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한 적도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박 사장이 범죄 수익이 될 거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최씨에게 수십억원을 지원할 동기가 개인적으로 전혀 없다는 점에서 법원은 이 부회장의 항변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또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박 사장만 구속할 경우 직면하게 될 ‘재벌 봐주기’, ‘꼬리 자르기’라는 여론의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법원은 박 사장이 이 부회장 지시에 따라 단순히 실행한 역할에 그친 것으로 보고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 승인을 요청한 특검팀은 황 권한대행이 이를 거부하면 이 부회장의 1차 구속기한(2월27일) 전에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 구속은 뇌물수수자인 박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와 같은 효과다. 향후 검찰이 박 대통령 기소를 하더라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필 서영지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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