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김정남 시신 북한에 인도 결정..그 배경과 파장은

김현우 2017. 2. 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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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힐 김정남의 시신 확보를 둘러싸고 우리 정부와 말레이시아, 북한 등이 양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던 상황에서 말레이시아가 전격적으로 북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숨진 김정남의 시신에 대해 “어떤 외국 정부라도 (시신 인도를) 요청하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의 정책은 어떤 외국 국가와의 양자간 관계라도 존중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16일 현지언론에 밝혔다.

자히드 부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북한의 시신 인도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최근 보인 말레이시아 당국의 태도와는 상반돼 의문을 키우고 있다. 앞서 북한 측은 15일 김정남의 시신을 즉각 인도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처음부터 자신들의 역할을 사인 규명 완료에 한정 지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현지 소식통은 “북한의 부검 전 시신 인도요청은 주권국가 간에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비자 없이 왕래할 정도로 가까운 우호적인 양국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현지 소식통은 말레이시아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시신 주인은 동생인 김정은이고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정부 내 있다”며 “북한이 김정남을 죽였는지 여부는 추정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다만 최대 의문은 김정남 유가족과 중국 정부의 대응이다. 사망 사건 시 시신 처리는 유족의 의사를 우선시한다. 때문에 김정남 시신도 가족들이 인도받는 게 우선이다. 마카오에는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김정남의 둘째 부인(이혜경)과 아들(김한솔), 딸(김솔희)이 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마카오에 있는 유가족의 행방은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추가 테러 가능성에 의한 신변 위협으로 사실상 시신 인도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중국 정부가 유가족을 대신해 나서야 하지만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도 어려울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시신 인도 결정에 우리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진상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적 단서를 쥔 시신이 북한에 조기 인도될 경우 사건이 은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시신을 인도 받은 직후 자체조사 결과발표를 통해 말레이시아 부검 결과를 비롯한 모든 사건 의혹을 전면 부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시신을 인도 받을 권리는 없다”면서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시신을 북한에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남이 독성 물질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말레이시아의 부검 결과로 확인되면 우리 정부가 테러 배후세력으로 의심되는 북한에 시신이 인도되는 걸 막고 이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말레이시아의 조속한 부검 결과 발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상황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해 확보한 샘플이 말레이시아 정부 분석기관에 넘겨졌다”며 “분석은 17일까지 완료되겠지만 이날이 금요일(이슬람 주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발표는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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