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문진은 MBC '부역자 선발대회' 당장 멈춰라"

강성원 기자 2017. 2.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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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여권 이사들 MBC 사장 후보 3배수 압축 강행… “30년 방문진 역사상 최악의 사장 후보”

[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됐다. 16일 MBC 안팎의 많은 반대에도 열린 공영방송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정기이사회에선 MBC 차기 사장 후보 세 명이 정해졌다. 권재홍 현 MBC 부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이다.

지난 13일 마감된 공영방송 MBC 차기 사장 공모에는 본사 임원들을 포함해 MBC 지역·계열사 사장 등 최종 14명이 지원했다. 방문진과 MBC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 이때부터 유력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정해져 있었다. 나머지는 들러리나 마찬가지였다는 셈이다.

관행상 16일 3배수로 압축된다면 권재홍 부사장과 김장겸 본부장, 문철호 사장(전 보도국장)이 최종 사장 후보로 오를 것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결과는 이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MBC 사장은 사실상 여당에서 추천하고 청와대가 ‘낙점’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모 후보가 사장으로 잠정 확정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낙하산’ 공영방송 사장이다.

이날 방문진 이사회는 고영주 이사장 등 여권 추천 이사들의 사장 선임 절차 강행에 반대하는 야당 추천 이사 3명 전원이 퇴장하는 파행 속에 여권 추천 이사들 단독으로 진행됐다.(관련기사 : MBC 사장 후보 권재홍·김장겸·문철호 3명으로 압축)

▲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야당 추천의 3명(유기철·이완기·최강욱)의 이사들은 현재 국회에서 MBC와 관련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논의 중이고, 지역사 사장 비리 의혹에 연루된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특별감사가 필요하다는 등을 이유로 사장 선임 절차 연기를 재차 요청했지만 다수의 여권 추천 이사들은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강욱 이사는 “왜 사장을 선정해야 하는지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와 내부적 이유가 뭔지 나도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어서 안다”며 “사장과 임원, 지역·계열사 사장 임원 선정할 때 최소한 합의에 의해 상식적으로 용인할 수 있게 결정해야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이사들의 의사가 왜곡돼 선정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사장 후보자 명단을 보니 과거 MBC의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이 모두 지원했고, MBC를 앞으로 화합·발전시키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나 방송 공정성 진작에 대한 진지한 흔적이나 자료를 전혀 볼 수 없었다”며 “이 중 대부분은 국회 ‘MBC 노조탄압 청문회’에 채택된 사람들이어서 법과 절차, 국회 무시를 계속한 이들이 또 고개를 들고 사장에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완기 이사는 “울산MBC 감사 과정에서 사장 비리에 방문진 이사 몇 명도 관련됐다고 보도됐는데 방문진이 보다 제대로 된 사장을 선임하려면 도덕적 권위와 위상이 확보돼야 한다”며 “방문진에 대한 전원 특별감사를 요청했으나 다수결로 무산한 방문진이 도덕적으로 열악한 구조에서 과연 사장을 선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사장 선임 절차 강행에 반대했다.(관련기사 : [단독] 울산 MBC 사장, 회삿돈으로 마련한 명품 넥타이·한우는 어디로)

이 이사는 또 “국회에서 MBC 관련 청문회를 한다니까 ‘방송장악’, ‘언론탄압’이라고 MBC에서 보도하는데 방송법 개정이 무슨 방송장악인지, 이게 언론사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법원에서 2012년 파업이 합법 파업이라는 결정이 나왔는데 ‘불법파업’이라고 허위 보도를 일삼는 보도 책임자(김장겸)가 사장에 응모하는 이 상황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밟는 게 옳은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 7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 농단의 주범”이라며 차기 MBC 사장 선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유기철 이사도 “지난 1년6개월 10기 이사회가 ‘박순실’ 정권의 나팔수로서 MBC 경영진을 결사 옹호한 것밖에 없고 다수를 앞세워 전횡하면서도 반성과 사과는 하지 않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실패한 군상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다시 중용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정권이 바뀌어도 충성스럽게 버티고 싸워줄 충성스러운 낙하산 사장을 뽑겠다고 하는데, 지원자 면면을 보면 30년 방문진 역사상 최악으로 눈 씻고 봐도 적임자가 없다는 게 MBC 안팎의 바닥 여론”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송기자연합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방문진 이사회를 독선적으로 운영하는 여권 추천 이사들은 촛불 민심이 탄핵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사람들”이라며 “이 사실만으로도 방문진은 이미 자격을 상실해 ‘무자격 방문진’이 내세울 새 경영진 역시 아무런 권위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이번 사장 공모에 이명박 정권 이후 MBC를 철저히 망가뜨린 주역들이 대거 지원서를 내는 후안무치를 선보였다”며 “그들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그간의 죄상을 고백하고 국민과 시청자에게 사과부터 해야 할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도 “지금 이 순간에도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은 국민들 사이의 심각한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극우 세력의 나팔수 행세를 하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번에 청문회에 서게 될 MBC의 현 경영진, 그리고 방문진 여권 추천 이사들은 현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할 장본인들”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사장 후보자들은 예외 없이 MBC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기자, PD들 재갈 물리기에 앞장선 이들로 한 명도 예외 없이 MBC의 앞날을 이끌어 가기에 적합하지 못한 부역자들”이라며 “이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장 지원서를 제출한 것은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방송문화진흥회는 ‘부역자 선발대회’로 전락한 사장 선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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