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역사교사 의견도 묻지 않고 국정교과서 강행

조인경 입력 2017. 2. 16. 10:59 수정 2017. 2. 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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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음모라고 말해 논란이 된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이 정작 역사교사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국정교과서 사용을 강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기한을 닷새나 연장했는데도 전국 5249개 중ㆍ고등학교 가운데 신청한 학교는 단 3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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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텍高 역사교사 2명 모두 기간제교사
교장이 독단으로 결정한 뒤 학교운영위 상정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은 경북서만 3곳 접수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민우 기자] 학생들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음모라고 말해 논란이 된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이 정작 역사교사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국정교과서 사용을 강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기한을 닷새나 연장했는데도 전국 5249개 중ㆍ고등학교 가운데 신청한 학교는 단 3곳에 불과했다.

서울디지텍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제9기 1차년도 제6차 학교운영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학교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못할 경우 교육부로부터 국정교과서를 직접 받아 사용하겠다는 의안을 상정시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회의록에는 학교 측이 사회과교과 협의를 통해 국정교과서 사용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서울디지텍고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사 교사 2명은 모두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사다. 이 중 1명은 지난달 모집공고를 거쳐 이달 3일에야 최종 합격했다.

사립학교 기간제교사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학교 방침에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다. 이 학교 곽일천 교장이 사실상 독단으로 국정교과서 사용을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회의에서 국정교과서에 대해 의견을 낸 사람도 곽 교장이 유일했다.

심용환 역사N연구소장은 "교과서 선정에 해당 교과목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며 "오너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사립학교의 특성과 비정규직 기간제교사의 상황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이 종업식에서 학생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 음모다"라는 내용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출처: 서울디지텍고 홈페이지 영상)


한편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마감일인 16일까지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경북항공고와 경북 경산의 문명고, 경북 구미 오상고 등 3곳만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했다. 3개 학교 모두 사립고로 이 중 경북항공고는 국방부와 교육부가 지정한 특성화고교다.

경북항공고는 이날 연구학교 지정 신청 안건을 학교 운영위원회에 상정해 반대 없이 확정했고, 경산 문명고는 운영위에서 찬성 5표, 반대 4표로 안건을 간신히 통과시켰다. 경북교육청은 16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연구학교 지정을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16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신청한 학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등 대다수의 시도교육청이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 방침에 반발해 연구학교를 신청하는 학교가 있더라도 지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우선 사용하게 될 연구학교는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을 통해 집계한 연구학교 신청 현황을 20일 정식으로 언론 등에 공개한다. 나아가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희망하는 학교가 있으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조교재(교수학습자료) 형태로 무상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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