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씨 지원은 다른 선수들도 모르게..중단 땐 더 큰 불상사"
[경향신문] ㆍ2015년 12월 ‘정유라 특별 지원’ 취재 들어가자 삼성·승마협 대책회의
ㆍ해결 방안으로 “구입한 말 재판매…취재 빌미 제거”
ㆍ“판매상과도 거래 중지”…삼성 ‘플랜B’ 대응과 유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55·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진)가 2015년 12월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특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승마협회 임원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에서 승마협회 간부들은 비밀리에 추진해온 정씨에 대한 독일 승마훈련 지원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중단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 계속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최씨의 국정농단이 드러나자 정씨에 대한 기존 지원은 은폐하고 비밀리에 우회지원 방안인 ‘플랜B’를 추진했던 삼성의 대응과 유사하다.
1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대책회의 문건을 보면 황 전무는 2015년 12월7일 오전 7시 서울 신라호텔로 김종찬 승마협회 전무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불러 독일 전지훈련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일부 언론에서 “삼성이 60만유로짜리 말을 정씨에게 사줬다”거나 “정씨가 삼성 지원으로 독일에서 승마장을 샀다”는 내용을 취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앞서 삼성은 2015년 10월21일 7억4915만원(58만유로)을 주고 ‘살시도’라는 말을 매입했다. 같은 해 11월13일 살시도의 보험료 8217만원(6만5830유로)도 독일에 송금했다. 승마협회에서 수립한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승마선수단이 전지훈련을 하는 것처럼 꾸민 뒤 정씨를 지원한 것이다.
대책회의 문건의 ‘언론사 취재 내용 사실 여부 조사’ 항목에는 “살시도라는 마필을 삼성이 지원해 정씨가 (대회에) 출전한 사실이 있다”고 적혀 있다. 정보 유출 경로는 “판매자 카셀만(독일 승마학교) 측”이라고 돼 있다.
문건에는 ‘해결 방안’으로 “취재 빌미를 원천부터 막기 위해 살시도라는 마필을 재판매한다(삼성이 정씨에게 제공한 사실을 사전에 없앤다)”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삼성이 정씨를 지원한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다. “차후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카셀만 등 큰 회사와 거래 보류”라고도 명시돼 있다. ‘여론에 대한 전망’ 항목에서는 “이대로 운영한다면 4월 총선이 끝나면 이슈화될 것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이후 삼성은 살시도의 이름을 ‘살바토르’로 변경하고 추가로 말을 구매할 때 개인 중개상을 이용했다.
‘대책’ 항목에는 “정씨 지원에 대해 선수들 간에도 서로 모르게 운영돼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만약 이 프로젝트를 원천 폐쇄할 경우 더 큰 불상사가 발생할 것”이라며 “독일 운영회사(최씨 회사 코어스포츠) 내부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특검은 삼성이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면서 최씨 모녀를 지원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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