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텍고 교장 "조롱 받아 힘들어도 학생들 앞 떳떳"

박영주 입력 2017. 2. 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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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검정 역사교과서 병행, 학생들에 토론 기회 제공"
"국정 교과서 도입 노력, 학생들도 고마워할 날 올 것"
"박사모 아니고 우파에 가까워…촛불집회 비판 아냐"
"학생·학부모들 상처…의도 왜곡돼 너무 가슴 아프다"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이 국정 역사교과서 신청을 강행하려는 이유와 관련해 "아이들의 편협한 시각을 깨주기 위한 시도일 뿐, 우파적 이념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곽 교장은 1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정 교과서와 국정 교과서를 병행해 같은 사안을 어떤 식으로 다르게 기술하고 있는지 비교하면서 토론할 기회를 주고 싶다"면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한쪽 주장만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서울디지텍고는 서울시 교육청에 국정 교과서 사용을 신청했으나 교육청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선정 안건이 '연구학교 선정 심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서울시 관할의 모든 학교는 연구학교로 지정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청은 교육부에서 내려 보낸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위한 안내 공문'도 각 학교에 전달하지 않았다.

결국 곽 교장은 교육부에 국정 교과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청에서 서울디지텍고를 연구학교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에서 직접 책을 전달받아 올해부터 국정 교과서로 역사 수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곽 교장의 의사와는 달리 서울디지텍고 역사 교사들은 대부분 국정 교과서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장은 "일부 교사들은 내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사회 여건이 험하니 시기상 국정 교과서 도입을 연기하자고 건의를 많이 한다"면서 "일 년 뒤 국정 교과서가 살아날 수 있는 보장이 있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는 이 짐을 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잘 소화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조롱을 받아 힘들지언정 어떻게 행동하는 게 학생들 앞에서 떳떳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면서 "언젠가는 지금 학교가 국정 교과서 도입을 위해 노력한 것을 학생들도 고맙다고 생각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곽 교장은 학교에서 종업식 겸 탄핵정국 관련 토론회를 연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곽 교장에 대해 여러 비판이 쏟아졌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곽 교장 발언을 놓고 지지와 비난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뜨겁게 논쟁 중이다. 졸업생들과 재학생 중 일부는 "시국에 대한 훌륭한 강연이었다"며 곽 교장에게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일부는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다 사라졌다"고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곽 교장은 "나는 박사모도 아니고 완전 우파도 아닌, 우파에 가까운 사람"이라며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얘기는 (탄핵 심판과 관련된) 보도 내용 중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장은 "내 이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한다고 말하는데 내가 뭐하러 그러겠느냐? 내가 정치인도 아니고 또 학생들이 투표할 것도 아니다"면서 "촛불 집회에 가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걸 비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옳은 건지 궁금한 애들도 많을 텐데 현재 상황에 대해 애들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랐다"며 "편 가르기에 앞서 옳은가 틀린가를 보고 논쟁을 해야 한다. 자꾸 편만 가르는 것은 편견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 교장은 "이번 일로 사람들이 SNS를 통해 '저런 학교를 왜 다니냐'는 글을 남겨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상처를 받았다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내 의도가 왜곡돼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도 토로했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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