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플린 사퇴, 한국에 왜 치명적인가?

워싱턴=CBS노컷뉴스 장규석 특파원 입력 2017. 2.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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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 내 몇 안되는 소통채널..플린 사퇴에 우리 외교당국도 당혹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백악관 제공 영상 캡쳐)
마이클 플린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전격 사임하면서 우리나라 외교 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핵 대응 등을 논의할 대미 외교채널로 플린 보좌관에게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플린 보좌관도 한국 측 인사의 면담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말그대로 '찰떡 공조'를 과시해 온 터라, 플린이라는 교두보가 사라진 상황에서 당장 한미 양국의 북핵 대응에서부터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찰떡공조' 말했던 플린인데…우리 외교당국도 곤혹

플린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한 다음날인 14일(현지시간) 우리나라의 한 외교당국자는 CBS노컷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플린의 사임은) 우리나라에도 사실상 큰 손실"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플린 보좌관은 트럼프 정부가 취임하기 전부터 한국 측 인사와 활발히 교류해왔다. 지난해 11월 중순 한국 정부 대표로 방미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을 만나 "한미 동맹은 주요한 동맹"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면담을 할 때는 스스로 "찰떡 공조(sticky rice cake)"라는 표현을 사용해 친근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플린 보좌관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나 안호영 주미대사 등 한국 측 인사의 면담요청에도 적극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안보정책의 사령탑인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할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우리 외교당국은 한국에 친근감을 보여준 플린 보좌관을 트럼프 정부와의 주요한 소통채널로 삼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12일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했을 때도 플린 보좌관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즉각 전화통화를 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해, 긴밀한 공조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몰린 플린 보좌관이 전격 사임하면서, 우리도 트럼프 정부와의 주요 소통 채널이 사라진 셈이 됐다. 후임 국가안보보좌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북한 미사일 도발 문제에 대한 한미 간 공조체계도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 플린은 시작…백악관 권력 암투 신호탄?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보정책을 수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공신 중의 공신으로 꼽힌다. 플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대사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이 폭로되고, 대러시아 제재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플린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신뢰 문제가 불거졌다. 이 문제로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측의 협박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미 법무부가 백악관에 경고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결국 임명 한 달도 안 돼 낙마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보좌관의 거짓 보고를 미리 인지하고도, 경질이 아니라 자진 사퇴의 길을 열어준 것은 플린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는 해석이다.

플린의 사임은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입지가 흔들린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플린 사임으로 불 붙은 백악관 내 권력 암투가 어디까지 번질지, 또 이것이 취임 초반기 트럼프 정권 전체를 흔드는 상황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벌써 플린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 미국 민주당은 의혹에 대한 FBI 수사, 의회 차원의 조사 등을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플린은 도대체 어떤 권한을 갖고 그렇게 행동(러시아 대사와 대러시아 제재해제 논의)했고, 또 누구에게 보고한 것이냐"며 "미국 국민은 '러시아 커넥션'의 진실과 결과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흘러나오고 있어, 플린의 사임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미 정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CBS노컷뉴스 장규석 특파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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