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국민은행, 창구 찾는 고객들에게 수수료 물릴까 살피는 이유
[경향신문] KB국민은행이 창구를 찾아 입출금 거래를 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계좌유지 수수료와 유사한 창구거래 수수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문의만 해 본 상태로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지는 않았으며 검토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창구거래 수수료는 은행 거래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고객 등이 은행 창구를 찾아 입출금 거래를 하면 부과되는 수수료 형태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측에서 “도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누리꾼들은 “돈이 안 되는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 “수수료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이냐” 등의 의견을 내며 반발했다.
국민은행은 고객들에게 익숙지 않은 창구거래 수수료를 왜 도입하려고 검토하는 것일까.
다음달 8일부터 계좌유지 수수료제를 시행하는 씨티은행의 예를 들여다보면 국민은행이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창구거래 수수료는 다음달 8일부터 씨티은행이 시행하는 계좌유지 수수료와 성격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씨티은행의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 대상은 신규 고객 중 전체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인 고객이다. 그런데 거래 형태에 따라 얼마든지 수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우선 시행일 이전에 이미 씨티은행과 거래 관계가 있는 기존 고객은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 19세 미만이나 만 60세 이상 고객과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등도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만약 고객이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해 거래를 하고 한 달 동안 창구를 한 번도 찾지 않았다면 그 달에는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씨티은행에 계좌가 없더라도 씨티카드 등 거래 내역이 있으면 기존 고객으로 분류돼 수수료가 면제된다.
씨티은행은 매월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수수료 면제조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해 조건이 충족 안 되는 달에 한해서만 고객에게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제외 조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체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인 소액의 계좌를 가진 신규 고객 중에서 씨티카드 등의 거래 내역이 없으며 비대면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임에도 지점을 찾아와 거래를 하는 경우’에 계좌유지 수수료가 부과된다.
즉, 씨티은행과 다양한 거래를 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예치해놓고 씨티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으면 수수료가 면제되는 것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고객과 씨티은행의 릴레이션십(관계) 강화’에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창구거래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고객이 국민은행과 더 많은 거래를 하면서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간단한 거래의 경우 창구가 아니라 비대면으로 처리하도록 권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대규모 인력조정을 하고 점포수를 줄이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비대면 거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으로 약 2800명을 내보내면서 전체 인력의 10%를 줄였다. 또한 올해 중 지점수 100여개를 줄일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시중 5대 은행 중 직원 1인당 순이익이 가장 낮아서 생산성을 더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거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 일종의 ‘승부수’를 띄우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고객들이 수수료 부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도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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