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학도'였던 소년이 '코딩'에 빠진 까닭

강영균 2017. 2. 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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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픈튜토리얼스> 운영자 이고잉씨

[오마이뉴스강영균 기자]

 생활코딩 시청자수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 강영균
'우리는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마다 "저것이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결핍을 인지하며 불행함을 느낀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행복한 삶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학습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오픈튜토리얼스> 운영자인 이고잉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코딩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이름을 들어 봤을 것이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고등학생 때, 그는 마냥 책을 좋아하던 문학 소년이었다. 대학도 국문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던 중, 프로그래밍 세계를 접하게 되고 IT분야로 진로를 바꾼다.

현재 그는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는 인간, 삶, 자연에 대한 애착과 질문이 존재한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과 코딩강의에 스며있는 인문학적 사유의 잔향들이 그 증거다. <오픈튜토리얼스>에서는 개발능력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자신의 강좌를 개설해서 공유할 수 있다. 또 '공동공부' 기능을 이용하여 같이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는 무슨 목적으로 이 플랫폼을 개발했을까?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그의 삶과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실명 대신 이고잉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옛날 블로그 시절 때부터 썼던 닉네임이다. 편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데 별 뜻은 없다."

- 문과대학에서 코딩을 배운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으로 HTML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이 끝날 때쯤, 학과 교수님께서 나에게 학과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짧게 배운 지식으로 홈페이지를 완성하고 나니 학과 사람들이 칭찬해 주더라. 그때 그 경험이 코딩공부를 하는데 동기부여가 되었다."

 최근 위키북스에서 이고잉의 강의자료를 정리해서 책으로 출판했다
ⓒ 강영균
-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었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오히려 즐거웠다. 그 당시에는 웹 페이지 구현이 간단했다. CSS, 자바스크립트, JQuery를 몰라도 웹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만 공부해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니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다.(웃음)"

- 그 후로 계속 코딩을 공부했나요?
"군대 제대 후, 플래시를 공부하러 디자인 학원을 등록했다. 수료하기 전, 학원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주더라. 1주일 정도 시간을 줬는데, 나는 6개월이 걸렸다. 같은 동기들은 1주일 만에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모두 졸업하고 취직을 했는데, 나만 혼자 남아서 마무리를 했다."

- 6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간단한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고 보니 또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완성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6개월이 걸렸다."

- 실력이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실력도 많이 늘었지만, 한계도 체험했다. 그 당시 내가 만든 프로그램 용량이 200MB 정도 됐다. 소스코드가 너무 복잡해졌다. 한 곳을 바꾸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때 마음에 갈등이 생기더라. 정말 바꾸고 싶다는 진보적인 생각과 바꾸면 더 복잡해지니깐 그만두자는 보수성이 맞서더라."

-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객체지향을 공부하고 싶어서 자바 학원을 등록했다. 내가 짠 소스코드를 좀 더 단순화하고 싶었다. 6개월간 객체지향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청주 집에 내려갔다."

- 고향(본가)에서 무엇을 했나요?
"앞에서 말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혼자서 개발했다."

-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이미지를 웹에 올리면 플래시로 예쁘게 만들어 준다. 이미지 파일을 관리도 해주고, 예쁘게 편집도 해준다. 사진으로 사용자들끼리 소통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 하루 몇 시간씩 개발했나요?
"아침에 프로젝트 생각을 하면서 깬다. 오전에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점심 먹고 뒷산에 가서 운동하고, 오후에는 디자인했다. 저녁에는 기획과 사용자들 반응체크를 했다. 1년을 그렇게 생활했다."

- 혼자서 외로웠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혼자 진행을 했기 때문에 외롭진 않았다. 아버지께서 지지를 많이 해주셨다. 산에 오를 때 늘 아버지와 함께했다. 아버지와 운동도 하고 내가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서 이야기도 해드렸다. 신기하게도 아버지는 컴맹이었지만 다 이해하시더라. (웃음) 관심의 힘인 것 같다." 

- 코딩강좌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심지어 광고도 없어요.
"시대의 변화인 것 같다. 옛날에는 많은 동영상을 서비스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지금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올리기만 하면 되니깐 간편하고 제작비용도 안 든다. 광고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로 인해서 학생들 시선이 분산되어서 싫다. 그래서 광고수익이 0이다.(웃음)" 

- 코딩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는 '본전'이다. 한 시간을 공부하면 한 시간짜리 본전이 된다.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 이 정도 본전을 가지고 있다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만약 누군가 6개월 동안 시간을 투자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었다면, 큰 문제를 만났다고 쉽게 포기해 버릴까? 그는 끝까지 해내고 만다. 그는 6개월짜리 본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소중함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기에 이미 많은 것을 배웠음에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어느 하나를 배웠으면 그것을 더 공고히 해야 하는데, 조급한 마음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 버린다. 이렇게 하면 전에 배운 내용도, 앞으로 배울 내용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 결국, 좌절감과 결핍만 남는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소중히 여기고, 작더라도 배운 내용으로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봐야 한다."

 그가 생활코딩을 처음 강의 할때의 작업환경.
ⓒ 강영균
-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는 다 어렵다. 그리고 '해답'은 여러 개일 수 있다. 심지어 없을 때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 다닐 때처럼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1년째 고민하는 문제가 있고, 5년째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들을 언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들이 내 인생을 더 맛깔나게 만들어줄 소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즐거운 고민을 계속할 것이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구글링이나 책을 통해서 다양한 각도로 문제에 접근해보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해답을 못 찾더라도, 그 과정에서 코딩 실력은 늘어나고, 문제를 보는 시야도 커질 것이다."

-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방황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 우리 삶은 '방황하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가득 차 있다. 나머지 시간은 그 위에 드문드문 존재하는 섬과 같다. 쉽게 말하면, 방황은 사춘기처럼 어떤 특정 시기에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겪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방황을 빨리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평생 함께할 동반자로 여긴다. 방황을 긍정하자. 그 안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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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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