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살인마를 벌하여다오" 목숨 끊은 두딸 위해 시위한 母 무죄

윤정민 2017. 2. 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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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64ㆍ여)씨는 지난 2014년 10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빌딩 앞에서 보드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보드판엔 A방송기획사 관계자 12명의 이름과 함께 “강간 살인마를 벌하여다오! 진실을 밝혀다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장씨가 시위에 나선 이유는 2009년 6일 사이에 차례로 목숨을 끊은 두 딸 때문이었다. 연예인을 지망하던 장씨의 두 딸은 지난 2004년쯤 A사에서 보조출연자로 일하던 중 회사 관계자 12명에게 강간ㆍ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그 해 12월 이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혐의 입증은 쉽지 않았다. 조사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던 장씨의 큰 딸 양모씨는 결국 2006년 6월 고소를 취소했다. 취소 당시 양씨는 의사에게 “조사받는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시 그 사건들을 기억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통에 시달렸던 두 딸은 결국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A사 관계자 12명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장씨는 2014년 이들 12명에 대해 위자료를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패소했다. 또한 장씨는 거리에서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서울 남부지법은 지난 9일 장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딸 양씨는 강간ㆍ강제추행 당한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했고, 이후 조사와 이후 민사소송 과정에서 12명 중 4명은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는 등 혐의사실이 진실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보드판 기재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라고 가정하더라도 장씨가 진실성을 확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범죄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장씨에 대한 사과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권력이 양씨에게 가해졌을지 모를 폭력과 악행에 대한 실효적 예방책을 마련하지도, 진상을 밝혀내고 가해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 피고인 측에 치유받을 기회를 주지도 못했다. 국가 공권력의 총체적 실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과 두 딸이 겪어야 했던 길고도 모진 고통에 대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사과와 간곡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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