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 성매매청소년들이 '문상','문상' 하는 까닭은

손호영 기자 2017. 2. 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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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가 지난해 트위터에서 자신을 16살이라 밝힌 여성과 주고받은 메시지./트위터 캡쳐

지난 12일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의 당직 사퇴까지 불러온 아들 장용준(17)씨의 트위터 메시지.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장씨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디의 소유자가 “조건하고 싶은데 디엠 하기 위해 맞팔 가능할까요?”라며 돈을 주고 성을 구매하는 ‘조건만남’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그의 팔로잉 계정 목록에는 ‘유혹하는거예요’, ‘G컵여’ 등 차마 글로 적기 어려운 아이디와 별명을 쓰는 여성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본인을 13세, 16세, 여고생 등으로 소개했다. 장씨는 그 중 ‘16살 오프할 오빠 구해’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성에게 “오빠랑 하자”며 접근했다. 상대 여성은 이렇게 답했다.

“오프하실분 5만원 문상으로 먼저 주셔야 돼요. 더 주신다고 해도 후불은 안돼요”

풀이하면, “저를 현실에서 만나실 분은 문화상품권으로 5만원을 먼저 보내주셔야 해요. 더 주신다고 해도 후불은 안 돼요”라는 뜻이다.

실제로 만난다는 뜻의 ‘오프’와 문화상품권의 줄임말 ‘문상’을 합쳐 검색하면 ‘자영 20개 문상 2만, 오프 문상 13만, 영상통화 20분 1만, 긴 밤 선 4, 후 11 문상만 받아요’와 같은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문화상품권으로 2만원을 보내면 자위 영상 20개를 보내주고, 13만원을 보내면 실제로 만나주겠다는 뜻이다. 영상통화로 20분간 음란 행위를 하는 데는 문화상품권 1만원, 다음날 오전까지 긴 밤을 함께 보내는 데는 문화상품권 15만원을 요구한다.

어른들의 상식으로는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고 간편한 ‘현금’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랜덤채팅 어플을 이용해 성매매하는 이들은 유독 문화상품권을 고집한다. 왜 ‘문상’인가.

미성년자들 사이에서 화폐처럼 사용되는 문화상품권./컬쳐랜드 제공

◇’미자’들의 화폐, ‘문상’

사회생활을 하는 20대, 30대 성인이 은행 계좌 하나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자(미성년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서류 등을 핑계로 계좌 개설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다. 법적으로 개설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법정대리인을 동행해야 겨우 하나 만들 수 있는 정도다.

은행 계좌가 없는 미성년자들에게 유일하게 전자거래의 숨통을 틔워 주는 수단이 ‘문상(문화상품권)’이다. 문화상품권의 액수가 적힌 부분을 긁으면 18자리 고유번호인 ‘핀 번호’가 나오는데, 이 번호를 이용하면 계좌 없이도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계좌이체보다 간단하다. 핀 번호를 그대로 SNS에 적어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기만 하면 된다.

문화상품권을 구매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알려진 대로 서점이나 문구점 등에서 종이 상품권을 살 수도 있고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언제든 온라인 문화상품권을 살 수 있다. 온라인 상품권의 고유번호를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18자리 핀 번호로 변환된다.

‘일반적이라지만 그래도 현금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이유는 안전성에 있다. 성매매를 하는 미성년자들은 대부분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졌거나 부모의 관심을 피해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보호받기 어려운 신분이기에 만나기 전 돈을 받는 ‘선입금’을 선호한다. 만났는데 돌연 돈을 주지 않고 도망가거나 오갈 데 없는 처지를 빌미로 협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성년자들에게 선입금이 가능한 유일한 결제수단이 문화상품권이다. 받은 돈을 누군가와 나누거나, 또 다른 목적으로 보낼 때도 문화상품권이 가장 편하다.

계좌가 있다고 해도 흔적 없이 거래하기 위해 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런 소득 없는 미성년자의 통장에 주기적으로 큰돈이 입금된다면 부모와 주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어디서든 쓸 수 있다

‘문화상품권’이라고 하면 기성세대들은 서점이나 영화관 등을 떠올리지만, 청소년들은 대부분 ‘게임머니’를 떠올린다. 가출청소년이나 특별히 반항적인 학생이 아니더라도 ‘문상’으로 각종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유료 결제하는 초등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학교나 기관에서 상으로 주는 돈도 대부분 문화상품권으로 지급되다 보니 문상은 기성세대보다 아이들에게 더 흔하다.

SNS 등을 이용해 성매매하는 학생들은 문상을 주로 온라인 쇼핑몰이나 편의점에서 사용한다. 어플이나 문화상품권 운영업체의 홈페이지에 핀 번호를 입력하면 인터넷상에서 ‘캐시(사이버 머니)’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 돈은 1000개가 넘는 온라인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으로 선물하는 ‘기프티콘’을 살 수도 있어 사실상 ‘캐시’로 살 수 없는 상품을 찾는 게 더 어렵다.

핀 번호를 입력하면 오프라인에서 쓸 수 있는 바코드도 생성된다. 이 바코드는 신용카드처럼 대부분의 편의점과 서점,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집을 나와있는 학생들에게는 현금과 같은 생계수단이다.

◇10분이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현금처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예 현금으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 캐시로 웬만한 거래가 가능하기에 현금화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급전이 필요할 때 쓰인다고 한다.

예상 가능한 방법으로는 ‘중고나라’등 인터넷 커뮤니티나 명동의 상품권 거래소에 파는 것이다. 1만원권은 대부분 8000원~9000원 부근에서 팔린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문상깡’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수료가 5%에서 30%에 달하고 해주는 곳을 찾기 쉽지 않다. 1만원 이하는 80% 이상, 1만원 초과는 60% 이상 사용하고 잔돈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법도 있지만 잘 쓰이지 않는다.

가장 손해가 적고 불법의 소지가 없는 방법이 ‘티머니 변환 후 환불’이다. 문상 캐시를 교통카드인 티머니(T-money)로 변환해 충전하고 편의점이나 지하철 티머니 서비스 데스크에서 환불받으면 변환 수수료 8%, 환불 수수료 500원을 제외한 금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1만원을 현금화 할 경우 8700원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음란 사진이나 영상 등을 공유하고 '조건 만남'을 유도하는 트위터 메시지./트위터 캡쳐

학생들이 성매매나 음란 영상을 거래할 때 문상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문상은 안 걸린다’는 루머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무조건 걸리고, 확실한 불법이다. 문화상품권은 유가증권(有價證券)으로 수표, 어음, 화폐, 채권 등과 같은 화폐 증권의 범주에 속한다. 선생님께 100만원어치 문화상품권을 가져다주든, 100만원을 현금으로 주든 마찬가지로 촌지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인터넷과 SNS, 랜덤 채팅 어플에서는 이처럼 문상을 미끼로 한 ‘자영 판매’, ‘오프’, ‘조건만남’ 제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상만 받고 계정을 삭제하는 ‘먹튀’나 이를 이용한 사기도 간혹 있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성매매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만나는 ‘조건’이나 ‘오프’보다는 ‘자위 영상’을 주고받는 경우가 더 많지만, ‘사진 한 번 보내고 돈을 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조건만남까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13살짜리가 ‘문상 1만원’을 받고 자위 영상을 보내고, 16살짜리가 ‘문상 5만원’을 받고 ‘오프’를 한다. 장씨는 ‘그러한 방식으로 어떠한 만남을 가져본 적은 결단코 없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미성년자가 미성년자에게 5만원을 주고 성을 사려 했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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