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와 만납시다] 그렇게 9개월여에 걸친 재수 생활이 시작됐다

김동환 2017. 2.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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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주요 대학이 추가 합격자를 발표하는 등 2017학년도 신입생 선발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종로학원을 비롯한 재수종합학원들이 13일 개강했다.

이번에는 꼭 대학에 합격하겠노라는 재수생들의 다짐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이날 재수종합반이 문을 연 서울 중구 청파로의 종로학원 본원은 담당 강사의 설명을 듣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마다 이곳에 등록하는 학생은 재수 이상을 포함해 1000명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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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주요 대학이 추가 합격자를 발표하는 등 2017학년도 신입생 선발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종로학원을 비롯한 재수종합학원들이 13일 개강했다. 이번에는 꼭 대학에 합격하겠노라는 재수생들의 다짐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이날 재수종합반이 문을 연 서울 중구 청파로의 종로학원 본원은 담당 강사의 설명을 듣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개강 첫날이라 오리엔테이션 위주로 진행됐지만, 불 켜진 강의실은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로 빼곡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마다 이곳에 등록하는 학생은 재수 이상을 포함해 1000명 규모이다.

이날 종로학원 본원 로비에 들어서니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90여일을 앞두고 학생들이 남긴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희망나무'라 불리는 나무에 자기 암시나 주위 사람에게 남기는 글을 적은 종이를 매달아 놨는데, 이들이 얼마나 합격을 고대하는지 짐작케 했다. 눈대중으로도 종이 메시지는 수십개다. 관계자는 “눈물 나는 글도 더러 보인다”고 귀띔했다.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종로학원 본원의 로비에 자리잡은 '희망나무'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0여일 앞두고 당시 학생이 남긴 메시지가 매달려 있다. 자기 암시나 주위 사람에게 전하는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메시지를 남긴 이들은 과연 올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남은 기간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 얻게 해주세요. 몸 아프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박모씨)

“남은 시간 열심히 해서 상승세 유지하고, 2017 수능 대박 나자. 사랑하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당당한 언니가 되자.” (민모씨)

“작년 실수를 본보기로 삼아 올해는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페이스 잃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장모씨)

이들 메시지를 남긴 대입 도전자들은 자기가 바랐던 결과를 얻었을까?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종로학원 본원의 로비에 자리잡은 '희망나무'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0여일 앞두고 당시 학생이 남긴 메시지들이 매달려 있다. 자기 암시나 주위 사람에게 전하는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메시지를 남긴 이들은 과연 올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종로학원 본원의 로비에 자리잡은 '희망나무'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0여일 앞두고 당시 학생이 남긴 메시지가 매달려 있다. 자기 암시나 주위 사람에게 전하는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메시지를 남긴 이들은 과연 올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종로학원 본원의 로비에 자리잡은 '희망나무'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0여일 앞두고 당시 학생이 남긴 메시지가 매달려 있다. 자기 암시나 주위 사람에게 전하는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메시지를 남긴 이들은 과연 올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재수를 선택하면서 이들이 포기할 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자유 대신 자발적인 '구속'을 택한 이들은 밥도 정해진 시간에만 먹고, 구내식당에 가는 순서까지 정한다. 친한 사람과 먹겠다고 식판을 들고 줄 중간에 끼어들 수조차 없다. 흡연과 음주 등 질서문란(?) 행위는 당연한 금지사항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을 수 없으며, 슬리퍼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녀도 안 된다. 케이크나 피자, 치킨 등 먹고픈 외부 음식도 들여올 수 없다.

이성 간 예절도 엄격하다. 남녀가 서로 존중하고, 양성평등 의식을 지니며, 성적 거부감을 주는 행위(성희롱을 담은 발언과 메모. 낙서 등)는 금지된다. 출입금지 장소에 같이 있거나 쉬는 시간에 남녀학생이 자주 만나는 행위 등을 모두 이성 교제로 간주해 엄격히 처벌한다.

지각이나 소란을 피우는 행위 등 질서를 어기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줘도 규정에 따른 엄한 벌을 감내해야 한다.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종로학원 본원의 로비에 자리잡은 '희망나무'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0여일 앞두고 당시 학생이 남긴 메시지가 매달려 있다. 자기 암시나 주위 사람에게 전하는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메시지를 남긴 이들은 과연 올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과거 서울 노량진에서 재수했던 김모(29)씨는 까마득한 과거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고개를 젓게 된다고 했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있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대학 입시가 없어지지 않는 한 비슷한 풍경이 해마다 펼쳐질 것이라고 본 그는 “부디 올해에는 그분(재수생)들에게 재수(再修)가 없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쉬는 시간 종소리와 함께 복도로 나왔던 학생들이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마자 물밀듯 강의실로 들어갔다. 복도는 다시 적막함만 가득했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강사의 말 외에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9개월여에 걸친 재수 생활이 시작됐다.

 

서울 중구 청파로에 위치한 종로학원 본원. 수업 중인 학생들로 강의실이 꽉 찼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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