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모텔가자".. 직장 내 성희롱 왜 근절 안되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동차부품 판매업체에 다니던 여성 A씨는 여느 날처럼 출근을 했다가 갑자기 회사 대표의 호출을 받았다.
대표실로 들어간 A씨는 그날 잊을 수 없는 일을 당했다.
A씨는 그날 이후 이 일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고, 회사를 갈 때마다 당시 느꼈던 모욕감이 떠올랐다.
중소업체 직원인 20대 여성 B씨는 어느 날 거래회사의 60대 팀장에게 "술 마시고 모텔가자"는 말을 들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거 알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자동차부품 판매업체에 다니던 여성 A씨는 여느 날처럼 출근을 했다가 갑자기 회사 대표의 호출을 받았다. 대표실로 들어간 A씨는 그날 잊을 수 없는 일을 당했다. 대표는 A씨의 손을 잡더니 대뜸 사랑을 고백하며 껴안았다. 이를 뿌리치자 손등을 잡고 입을 맞췄다. A씨는 그날 이후 이 일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고, 회사를 갈 때마다 당시 느꼈던 모욕감이 떠올랐다. 그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회사를 떠났다.
중소업체 직원인 20대 여성 B씨는 어느 날 거래회사의 60대 팀장에게 “술 마시고 모텔가자”는 말을 들었다. 아버지뻘인 팀장은 B씨에게 “사귀자”며 끈질기게 사적인 만남을 강요했다. B씨 역시 회사를 그만뒀다.
편집디자인업체에서 선배들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C씨는 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성추행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자살까지 시도했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받은 피해자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직장을 떠나거나 C씨처럼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다. 맞서 싸워봤자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식이고 피해자만 눈치를 보게 된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약한 처벌’이 성희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성희롱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해당되는 직장인 1150명(여성 698명, 남성 4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수응답 설문조사 결과, 피해자의 79.1%는 성희롱 발생 원인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남성 중심적 직장문화’(75.5%), ‘남성의 약한 성 평등 인식’(69.8%) 등이 뒤를 이었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피해자 520명의 절반(54%)은 성희롱을 당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고 답했다. 성희롱을 당해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로는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해서’(45.6%)가 가장 많았고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36.3%),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30.6%) 등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실효성이 작다. 조사대상의 40.5%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교육을 받더라도 만족도는 49.9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불만족 이유는 ‘성희롱 예방효과 미미’(51.6%), ‘주변 사람들이 교육에 무관심해서’(31.9%) 등이 꼽혔다.
조직문화가 차별적이고 수직적일수록 성희롱이 발생하기 쉬웠다. 윤정숙 특수범죄연구실 연구위원은 “사업장이나 기업조직 자체가 성희롱 행위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성희롱을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지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또가 인생 망쳤다" 로또 최연소 당첨자 소송 준비
- "대전 새벽에 쿵 소리, 지진 맞아?" 굉음과 탄내 괴소문
- "아들 돌봐주는 말기 암 엄마 때문에 변심" 장시호 옥중 인터뷰
- "장례 때 인터뷰한 안희정 의심한다" 노무현 사위 페북글 '시끌'
- "노인 무임승차 감당 못해".. 전국 도시철도, 정부대책 요구
- '경마기도' 강요, 폭행 일삼은 비정한 아버지
- 김의성 "누가 누굴 검증해"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저격
-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기자 폭행.. '태극기 봉으로 마구 때려'
- 문희준 소율 결혼식.. 첫 아이돌 부부 "눈에 띄네"
- 안중근 의사가 테러범? .. 부평경찰서 테러예방포스터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