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문재인 '불통 논란'의 진실

강청완 기자 2017. 2. 13.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세론’의 주역,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주 느닷없는 ‘불통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 전 대표의 수행팀이 취재진의 질문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발단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유감을 표명하는 항의문을 작성했고, 이것이 기사화되며 파장이 일었다. 일부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문 전 대표의 ‘언론관’을 문제 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한 지상파 방송과 종편 채널은 ‘불통 논란’, ‘취재 방해’라는 제목을 달았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적(政敵)인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과연 합당한 평가였을까.

이 글을 쓰는 기자는 당시 현장에 없었다. 다만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또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통해 확인한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 '불통 논란'? 현장의 재구성

지난 8일, 문 전 대표는 정책 행보의 일환으로 성남의 한 중소기업을 찾았다. 경력단절 여성을 주로 채용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모범 사례로 알려진 곳이다. 현장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도 구하는 자리였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 주자인 만큼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도 현장에 동행했다. 장소가 성남이었던 관계로 중앙언론사에서는 비교적 적은 수인 5개 사의 기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정치부 기자가 유력 정치인을 취재할 때는 대개 해당 현장과 직접 관련된 브리핑 외에 별도의 질의응답을 갖는 경우가 많다. 흔히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카메라 앞에서의 공식 질의응답, 즉 온마이크 상황이 아닌 비공식적인 취재 과정을 일컫는 말이지만 언젠가부터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한다) 현장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요 현안을 질문하는 자리다. 예를 들면 화재 현장을 찾은 대통령에게 화재 피해 대책만 묻는 게 아니라 사드 배치나 개헌 같은, ‘현장과 관계없지만 중요한 질문’을 하는 식이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이날 오전만 해도 문재인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영입된 송영길 의원이 “일자리 81만 개 공약은 메시지가 잘못 나간 것”이라고 공약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금은 미국으로 떠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그날 따라 유독 불편한 이슈들이었다.

문제는 당시 현장 상황이었다. 일정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어디서 어떻게 할 지 현장 기자들과 공보팀 사이에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인기’도 한몫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는 문 전 대표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는 직원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심지어 장소마저 협소했다. 3중고였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 당시 영상을 편집 없이 그대로 첨부했다.
 
영상에 따르면 간담회를 마치고 사무실 문을 나선 문 전 대표에게 사진을 찍으려는 회사 직원들과 취재진이 동시에 몰렸다. 당시 취재진은 간담회 종료까지 기다리다가, 문 전 대표가 사무실 문을 나서자 현장이 종료됐다고 판단하고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한 기자가 “질문 먼저 할게요”라고 말했고 현장 수행원이 “사진 먼저 찍을게요”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3명의 비교적 젊은 직원들이 문 전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이 나왔다. 송영길 의원의 공공일자리 81만 개에 대한 질문이었다. 문 전 대표는 웃으며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후보는 저”라고 답했다. 여기서 수행팀에 의해 질문이 한 번 끊겼다.

소란 속에 나온 두 번째 질문은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에 대한 물음이었다. 역시 민감한 질문이었다. 문 전 대표가 다시 답변을 했다. 영상을 보면 이 질문 이후 수행팀이 “여기까지 하시죠”라고 다시 상황 정리를 시도한다. 여기서부터 현장이 조금 세게 엉키기 시작했다. 질문이 남은 취재진과 수행팀, 그리고 몰려든 회사 관계자들까지 좁은 복도가 가득 차 서로 떠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와중에 나온 세 번째 질문에도 어쨌든 문 전 대표가 답을 했다. 문 대표는 잠시 멈췄고, 탄핵 정국과 관련해 상당히 길게 답변했다. 질의응답은 여기까지였다. 취재진은 보충 질문을 시도했고 수행팀은 그만 하자고 통제했다. 지켜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소란 속에 사람들이 엉켰고 항의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가 사람과 촬영장비 등에 엉켜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상황이 종료된 이후 현장 기자들 사이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자들이 작성한 글에 따르면 “문 전 대표에 대한 질문이 현장 스태프로 인해 저지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런 일이 “이날 하루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현장 기자단의 판단이었다.

중지가 모아지자 이들 가운데 가장 선배 기자가 초안을 작성했고, 수정을 거쳐 <8일 오후 성남 현장상황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입장>이란 제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이 완성됐다. 이 글은 ‘구두로’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이 따로 유출되면 의도와 다르게 악용될 염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어떤 경로인지 이날 저녁 7시를 전후로 글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일이 커지자 당혹스러워진 문재인 캠프에선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캠프 차원에서, 다친 기자가 소속된 매체에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였지만 사과하고, 언론 프렌들리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조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튿날 서울 광진구의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있었던 문 전 대표의 안전 관련 국민성장 포럼 현장에서도 나름 ‘신경 쓴’ 분위기가 역력했다. 문 전 대표를 수행하는 공보팀 대부분은 지난 2012년 대선에도 후보를 수행했던 베테랑들이다.

‘증원배치’된 공보팀이 전날과 달리 백그라운드 브리핑 장소와 동선을 미리 조율했고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도 미리 현장을 돌며 기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표 역시 백브리핑이 시작되기 전 다친 것으로 알려진 기자에게 “O기자, 괜찮아요?”라고 직접 묻기도 했다.

● 문재인, 정말 불통이었나?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당시의 상황만 가지고 문재인 전 대표라는 한 정치인의 ‘언론관’을 문제 삼는 건 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정치인의 언론관을 규정하는 데는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수 있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문 전 대표 본인의 해명대로 ‘취재진과 공보팀 간 사전 협의가 없어서 엉켰던 것’이 사태의 원인에 대한, 보다 적절한 설명으로 보인다. 영상에서도 보이듯 문 전 대표 본인은 웃으면서 앞선 질문에 나름대로 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원천 차단하거나, 완전 회피는 아니었다. 유력 대선주자가 하루 전의 해프닝으로 일선 취재 기자에게 직접 안위를 묻는 장면도 보기 흔한 장면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특정 질문을 아예 하지 말라고 선언하고 취재진을 “나쁜 놈들” 취급하다 중도하차한 다른 후보보다는 훨씬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물론 현장에서 보충질문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것에는 취재기자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장 기자들이 밝혔듯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에 대한 현장 취재가 원활하지 않다는 평가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8일 현장에 있었고, 항의문을 쓴 기자들은 대부분 최소 6~7년 차 정도 연차에 정치부 취재 경력도 수년 씩 쌓인 기자들이다.

문 전 대표를 수행하는 공보팀과는 거의 날마다 얼굴을 마주치는 사이다. 그럼에도 항의문을 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빚은 일인 만큼, 앞으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전 협의로 불필요한 해프닝과 오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풀어나가면 될 일이다.

당시 에피소드를 기사화한 매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기자 역시 자초지종을 취재했지만 언론관에 대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보도하지 않았다. 기사화하지 않은 매체들 또한 나름의 합당한 판단 과정을 거쳤으리라 본다. 결론적으로, 당시 문 전 대표가 언론관을 비판받을 만한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기자들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라는 게 진실에 가장 가까운 설명 같다. 어느 쪽을 편들거나 탓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 SNS를 통해 어느 한 쪽으로 쏟아지는 그 어떤 과도한 비판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이 글을 쓴 이유다.

● 순항하는 문재인 호… '암초' 피하기

더 중요한 문제는 비슷한 일들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현재 모든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뒤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맹렬한 기세로 쫓아오고 있고, 반대쪽에는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세력이 버티고 있다. 지지율을 떠나, 확률적으로 호재보다는 악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 본인의 표현대로 “1등은 적이 많다“. 작은 일에 과장된 제목을 달고 비판하는 매체와 정적도 분명히 계속 나올 것이다. 어찌 보면 해프닝일 수도 있었던 이번 일에 문재인 캠프가 촉각을 곤두세웠단 후문이 들려오는 데는 이 같은 이유도 있어 보인다.

지난 10일자 한 신문은 “순항하던 문재인 전 대표가 새해 첫 암초를 만났다”고 표현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 된다면, 앞으로는 닻을 올리기보다 어떻게 암초를 피하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가리키는 ‘달’만큼이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도 적잖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강청완 기자blue@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