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느림의 미학' 유희관 "200이닝 목표로 열심히 달리겠다"
9년차 최고몸값 "부담감 없다면 거짓말…책임감 느껴"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200이닝은 선발 투수로서 은퇴하기 전까지 꼭 이뤄보고 싶은 가장 큰 소망이다. 올 시즌 200이닝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겠다."
한국시리즈 2연패 두산 베어스의 좌완 선발투수 유희관(31)은 올 시즌 5억원에 연봉 계약을 하며 프로야구 9년차 최고 몸값 선수로 등극했다.
지난해 8년차 최고연봉은 4억원에서 1억원 오르며 매년 연차 대비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가 됐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는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있다.
유희관은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최저 연봉 2600만원을 받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감회가 새롭다"며 "연봉을 그만큼 받으면 성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속내를 밝혔다.
2013년 팀의 선발진 한 축을 책임지며 10승(7패 1세이브)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그는 이듬해에도 2년차 징크스도 없이 12승 9패 평균자책점 4.42로 승승장구 했다.
2015년에는 18승 5패 평균자책점 3.90 120탈삼진으로 최고 활약을 펼친 동시에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에도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과 함께 '판타스틱4'라 불리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구단 최초 좌완 투수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유희관은 "통합 우승을 했고 '판타스틱4'의 한 명이었다는 사실과 선발 4명 15승 이상이라는 KBO리그 기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며 "지난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계속해서 이겼다. 야구를 아주 즐겁게 했다. 하루하루가 그저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4년 연속 슬럼프 없이 꾸준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특별히 보완하거나 달라진 것은 없다.
무리하게 변화를 주다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잃거나 감각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 오면 늘 하던 대로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면서 기복 없는 시즌을 치르고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매 시즌 기복이 없다는 평가는 동료들 덕분"이라며 "좋은 수비, 좋은 타격으로 내 어깨를 가볍게 해 준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두산이란 팀을 만난 게 행운인 것 같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유희관은 새 시즌을 앞두고 선발 전력을 보강한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의 대결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LG의 선발진이 가장 좋지 않나 싶다. LG 선수들이 '두산을 이겨야 한다'고 말한 기사를 접했고 '어메이징4'라는 별칭도 붙었다"며 "서울 라이벌 팀이 이런 선발진으로 맞붙는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만나면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느림의 미학'으로 불리는 유희관은 느린 공으로는 KBO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편견을 깨는데 가장 앞장섰다. 야구인들과 팬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독한 마음으로 훈련했다.
많은 투수들이 한 시즌 200이닝을 꿈의 목표로 한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는 동시에 안정된 기량을 갖추지 못하면 달성 불가능한 기록이다.
유희관은 2015년 189⅔이닝, 지난해 185⅔이닝으로 200이닝에 근접했지만 아쉽게 달성에 실패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200이닝은 선발 투수로서 은퇴하기 전까지 꼭 이뤄보고 싶은 가장 큰 소망"이라며 "그 고지에 올라선다는 건 부상 없이 꾸준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가. 올 시즌 200이닝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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